그래도 제대한 후 한 한달여의 시간을 내 나름대로 군대물빼기라하여 친구들과 여행다니며 시간을 보내고 나니 슬슬 부모님께
눈치도 보이고, 군대 제대만 하면 뭔가 결혼의 실마리가 보일까 눈이 빠지게 기다렸던 지금의 아내도 슬슬 압력을 행사하기 시작할 무렵.
대구매일신문에 기업체 홍보광고 하나가 실려있었다.
'DHL'
네델란드가 본사인 세계초특급 우편물 배송회사에 관한 소개기사였다. 국제적인 초특급 운송망을 갖추고 날로 발전하는 회사.
대구 구석에서 태어나고 자란 우물안 개구리였던 나에겐 굉장히 매력있어 보이는 회사였다.
사원모집 광고는 없었지만 그 회사에서 내 젊은 포부를 펼쳐보고 싶다는 내용을 절절하게 써서 대구지사로 부쳤다.
당연히 아무 연락도 없었다.
그 후 거의 1년여의 세월동안 나의 취업노력은 눈물겨웠다.
100통이 훨씬 넘는 취업 서류를 준비해서 여기저기 백방으로 부쳐보았지만 지방대학 출신인데다가 성적 또한 우수하질 못하다보니
별무신통. 아무런 회신도 없이 나는 학교 총무부와 우체국을 오가는 얼굴 두꺼운 단골이 되어가고 있었다.
만나기만 하면 언제쯤 취직할거냐고 눈물 찍어대는 지금의 아내도 달래야지, 점점 더 강해지는 부모님의 박해 아래 꿋꿋하게
눈치밥이라도 얻어먹어야지...신세가 말이 아니었다.
그러다가 문득 그 'DHL'이 다시 떠올랐다.
1년여의 눈물겨운 세월을 보낸 뒤라 더욱 간사해진 입으로 내가 얼마나 서러운 세월을 그간 보냈는지, 그로인해 취직만 시켜주면
얼마나 더 열심히 일을 할 각오가 되어있는지 하루 밤을 꼬박 새우며 고치고 또 고치고...소개서를 썼다.
물론 그 회사에선 어떠한 신입사원 모집 계획도 없었지만 나는 일방적으로 양식을 갖춘 서류를 만들어 그 회사로 부쳤다.
며칠 후.
거짓말처럼 그 회사 대구지사장님이 연락을 주셨다. 그날 오후에 시간이 되면 회사로 들리라고...
야호~!! 쾌재도 잠깐 고민거리가 하나 생겼다.
면접을 보러가야 되는데 옷이 없었다.
옷이라곤 상의는 몇 벌의 티가 전부요, 바지는 봄가을 면바지 두 개, 여름용 청바지 하나, 겨울용 골덴바지 한 개가 전부인데
명색이 면접이니 그걸 입고 갈수야 없지 않은가...
바지는 면바지를 입으면 될테고 상의가 문제였다.
이럴줄 알았으면 근사한 양복이라도 미리 한벌 맞춰둘 걸......
눈치를 채신 어머니께서 돈을 조금 마련해 주셨다.
연살색 면바지를 입고 통이 넓은 아버지 와이셔츠에 아버지 넥타이 꽉매고 보니 늘 허름하게 입고 다니던 내 눈에는 꽤 멋있게 보여
자신있게 시내로 향했다.
그 당시 대구 한일로 한일극장 앞 지하도에 매장들이 들어선지 얼마되지 않았을 때였다.
지하 매장의 옷가게를 둘러보니 콤비형의 상의들이 많이도 진열되어 있었다.
면접인데 곱게 보여야지...하는 마음으로 살피다보니 마침 눈에 띄는 콤비 하나가 있었다.
연파랑색 단색의 콤비. 와이셔츠 위에 걸쳐입고 거울을 보니, 캬~ 이렇게 멋스러울 수가...
얼른 결정하고 셈을 치른 후 DHL 대구 지사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길을 걸으며 쇼윈도우에 비치는 내 모습을 힐끔거리며 보니
역시나 멋지게 보였다. 청바지에 티 하나 걸치고 다니던 모습에 비하면 얼마나 세련되었는가...
어깨를 치켜세우며 스스로 감탄하며 걸었다.
지사장님 앞에 마주앉았다.
역시나 큰 회사의 지사답게 소파며 가구들이 첨단의 세련된 모습들로 배치되어 있었다.
이것저것 꼬치꼬치 물어보시고는 큰형과는 고등학교 선후배지간이 되겠다며 친근감을 보이시기도 하시더니, 신입사원 충원 계획은
없지만 젊은 용기가 가상하여 채용할 뜻이 있다고 말씀을 하셨다. 혹 친구 중에 영업직에 있는 친구들이 있으면 영업이 어떤 것인지
들어보고 그래도 자신이 있거든 다음주부터 출근하라고 말씀하시더니...뜬금없이,
"xx씨 면접 처음보죠?"
"네......"
"내가 사회선배로써 충고 한마디하겠는데......"
"네......"
"혹 다음에 면접 볼 일이 있거든 콤비를 입지는 마세요."
"네???"
"정 콤비 스타일을 좋아한다면 좀 세련되게 입던지......"
"네???"
"지금 입은 스타일은 꼭......"
"마음에 안드시나 보죠?"
"제비족 같아~ 하하하~"
"???!!!"
면접에 대한 예절과 상식에 대해서 자세히 일러주시고는 그렇지만 그런 어슬픈 내 모습이 좋아보였노라고 어깨를 두드려 주셨다.
지금 돌이켜보면 내 모습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웠을지 상상이 된다. 지금도 세련하고는 거리가 멀게 살고 있지만 그때를 돌이켜보면
금새 얼굴이 붉어진다.
정상적으로 이루어진 면접이 아닌 면담 형식이었기에 첫 면접이라 이름 붙일 수는 없지만 나에겐 아주 기억에 남는 면접이었다.
인생이란 게 묘해서 그 다음주에 다른 회사에서 연락이 와서 인생의 진로가 바뀌긴 했지만, 그 지사장님의 말씀은 오래도록 내 기억의
한 곳에 보관되어 있다가 중요한 만남을 앞두고 옷매무새를 살펴볼 때 꼭 다시 되살아난다.
마음님 그 때의 힘듬이 보이느듯 합니다
그런 시절이 거울이 되어 지금은 해외
근무를 하시는 멋진 생을 사시는듯 합니다
지금도 그렇게 힘든속에 있는 젊은이들이 않타깝습니다
큰일 하시면서 감사함이 절로나는 멋진삶이 계속 이어지시길 빕니다
즐거운 아침의 글이었습니다 감사히 읽었습니다
실제 마음님의 모습을 보는듯 합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