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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6회 전봉건문학상 _강인한 시집 『두 개의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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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124회 작성일 21-02-05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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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6회 전봉건문학상 _강인한 시집 『두 개의 인상』

 

| 수상 시집 대표 시 5편

 

 

두 개의 인상

 

 

1

 

다들 불 끄고 잠든 밤

앞마당 우물에 나와 끼얹는 물소리

희다.

 

열여덟 블라우스 흰 교복

복숭아처럼 솟은 가슴

희다.

 

잠들락 말락 어렴풋한

틈새로

차갑게 끼얹는 한 줄기

물소리.

 

 

2

 

진심으로 달라고 하면

주고 싶데요,

나는.

 

지나간 남의 이야기처럼

말하는 목소리

들린다.

 

웃고 있는 사진 속

향연香煙처럼 흰 물소리.

 

 

 

펜로즈 삼각형 위에 서다

 

 

 

차에서 내린 당신 앞에 펼쳐진 카펫,

붉은 카펫이

없어서 미안하다.

아침 햇살이 유리 조각으로 산산이

부서진다, 보도블록 위에, 타일 위에

청사의 유리 도어에 수은처럼

흘러내리는 클라리넷 선율

당신이 미치게 반가워서 하늘 높이 솟구친다.

 

어제의 모래와 작년의 진땀과

십년 전의 새빨간 혀가

새처럼 삼각 꼭짓점을 물고 있다.

어떠한 완력으로도 찌그러지지 않는다.

절대의 도형

혹은 독사의 대가리.

당신은 날름 뱀의 혓바닥으로 핥아먹고 싶겠지,

러브 유어셀프 承 Her.

 

머리 위로 찢어진 구름 떼가 빠르게 지나간다,

펄럭펄럭 밤의 정령들이 지나간다, 금빛 하늘이

지나간다, 파란 하늘이 지나간다, 하루

이틀 사흘……이.

플란다스의 개를 안고

당신이 타고 신나게 달리는 심야의 승용차를 향해

 

달걀이 날아간다,

가래침이, 한 송이 장미꽃이 날아간다,

폭죽이 터진다, 날아간다.

나이스 샷, 풀 샷, 옜다 받아라.

새벽 0시의 풀 스윙⸺

이건 평생 허기진 당신을 위한 머그샷이다.

 

 

물 위의 오필리아 2

 

 

그래요, 한 마리 물뱀인가 봐요.

부끄러움은 차라리 부스럼처럼 아픈 무늬로 빛나는 것

햇살이 초록 그늘과 연두의 빛그늘을

빗질하며 흘러내려요.

사랑하는 이여

햇살 아래 내 부끄럼의 얼룩

흐르는 그늘 따라, 따라와 보셔요.

 

당신은 멀리 가서 꿈으로 오시는 이.

한때는 내 무릎 가져가 베개 삼던 다정한 이여.

그 아련한 잠을 당신은 어떻게 잊나요.

잊을 수가 있나요.

숲에서 나는 실국화를 땄어요.

머리에 운향 꽃을 꽂고

자란이며 제비꽃, 쐐기풀을 다문다문 내 머리에 꽂았어요.

 

화관으로 치장한 내 모습 당신은 못 보고

지금 어디서 헤매는가요.

설만들 안개 자욱한 레테 강에서 헤매는가요.

나의 기도는 하늘로 오르고

마음은 이 지상에, 냇물 위로 떠내려가요.

 

흘러가는 속삭임

나직나직 속삭이는 물결의 노래 나를 잠재워요.

눈부신 당신 웃음 오래 담고 싶어서

가만히 나는 눈을 감아요.

어여쁜 로빈 새로 다시 태어나고 싶은데

당신의 새벽 깨워드리는 잿빛 보얀 가슴

사랑스런 로빈 새가 되고 싶은데……

 

종탑에서 내려온 까만 고깔모자

귀여운 종소리들은 지금 어디쯤 찾아왔을까요.

초록 그늘과 연두의 환한 빛,

가지런히 빗질하며

햇살은 흘러 허밍처럼 꿈결처럼 떠내려가요.

 

 

 

파리를 방문한 람세스 2세

 

 

 

삼천 년도 훨씬 지나

이제야 나는 바코드라는 지문을 가진다.

 

모래와 바람과 강물처럼 흘러간 시간이었다.

넌출지는 시간의 부침 속에

스쳐 가는 존재들,

 

철없는 것들,

공포의 아버지가 무섭고 두려웠으리.

아랍 놈들이 코를 뭉개고, 영국 놈들이

수염과 턱을 깨부수고 마침내

스핑크스는 눈도 빠지고 혀도 잃어버렸다.

 

시간의 돛배를 타고 이승, 저승을 오가는 검은 태양.

 

한 나라의 역사란

파피루스의 희미한 글자들

바스러지는 좀벌레들에 지나지 않으리,

날마다 피를 정화하는 히비스커스 꽃차를 마셔도

추악한 것을 어찌 다 씻어서 맑히랴.

 

콩코르드 광장에 우뚝 선 오벨리스크,

저것은 일찍이

테베의 신전 오른편에 세운 것이었다.

 

트랩이 내려지고 갑자기 울려 퍼지는 팡파르,

공항이다.

엄정한 의장대의 사열을 받으며

나는 아부심벨에 두고 온 사랑을 생각한다.

불타버린 심장으로 느낀다.

 

전쟁에 이겨야만 남의 나라를 정복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저 오벨리스크가 침묵으로 말한다.

 

이곳에서 나는 이집트의 파라오,

까마득한 이방의 시간과 대지 위에 서 있다.

 

 

 

희게 말하고 희게 웃는다

 

 

 

아픔 위에 아픔을 붓는
밤의 크고 고요한 손을 본다.
누군가의 나직한 잠이 흐르고

 

잠 속으로 툭 떨어지는

빗방울이었다,
나는.

 

멀리서 가까이서 뿌옇게 내리는
가을의 분별,
회복할 수 없는 어둠을 토하며 지금
내 피는 닳는다.

 

새도록 떠다니는 잠의 바다여.

 

묵은 책갈피에 오래 파묻혔던
내 손은 눈을 뜬다.
목질의 가느다란 실핏줄과 물결 소리를
자욱이 풀어준다.

 

사물은
내 피가 닳는 저 어둠의 뒤에서
희게 말하고

희게 웃는다.

 

 

-------------------

강인한




 

본명 강동길. 1944년 전북 정읍 출생. 전주고등학교를 거쳐 전북대학교 국문과 졸업. 1967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으로 등단. 시집 『이상기후』 『불꽃』 『전라도 시인』 『우리나라 날씨』 『칼레의 시민들』 『황홀한 물살』 『푸른 심연』 『입술』 『강변북로』 『튤립이 보내온 것들』 『두 개의 인상』. 시선집 『어린 신에게』 『신들의 놀이터』. 시 비평집 『시를 찾는 그대에게』. 전남문학상, 한국시인협회상, 시와시학 시인상 수상. 2002년부터 현재까지 우리 현대시의 참되고 바른 길을 제시하기 위하여 인터넷 카페 <푸른 시의 방>을 혼자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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