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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경향신문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작 (졸업반 / 김남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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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49회 작성일 26-01-12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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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경향신문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작

 

 

졸업반 / 김남주

 

우리는 술에 취해 무궁화

무궁화 흙바닥에 선을 죽 그어놓고 

 

꽃이 피었습니다

 

내가 술래,

무궁화는커녕 나무 하나 없는 운동장에서

 

너희들은 내게 다가온다 한 발 두 발

시치미를 떼며

  

나는 노래를 부른다 전주도 후렴도 없는 첫 소절이 마지막 소절인

 

그러니까 반복해서 불러야 해 노래가 끝나지 않도록

놀이가 끝나지 않도록 한 소절이 노래의 전부가 되지 않도록 노래보다는 구호에 가까운 한 문장을

 

우리는 집에 들어가지 않는다

집 안에는 우리가 없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등 뒤의 인기척

무엇인가 오고 있다

손가락과 손가락이 끊어지는 서늘함

 

우리들은 달린다

우리가 그어놓은 출발선을 향해

 

저기서부터 출발이야,

몇 번이고 뒤를 돌아보는

 

울지 마 울지 마 우리를 괴롭히는 사람들을 모두 혼내주자

그게 설령 우리를 낳아준 사람이라도

 

이 도시는 깨끗해서 외롭고

무엇인가 오고 있어

 

쉴 틈 없이 쏟아지는 재난 경보 문자들

일기예보처럼 읽어내는 재난 말고

 

고개를 돌릴 때마다 선명해지는

나를 웃기기 위한 해괴한 표정과 자세 말고

 

뒷덜미에 울리는 숨소리

과장된 웃음소리

  

오고 있어,

무궁하고 무진하고 꽃 같은 것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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