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끝 / 한혜영
페이지 정보
작성자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934회 작성일 23-05-27 14:23본문
똥끝
한혜영
임종이 가까워지면 제일 먼저 활짝 열리는 것이
항문이라 하네 열고 채우기를 반복했던
둥근 괄약근의 열쇠를 찾을 수 없는
세상 바깥으로, 아주 던져버리는 일이라 하네
어머니의 똥끝은 왜 그리 자주 탔는지
다급한 일 겨우겨우 해결을 보고 나면
어느 틈에 불씨 되살아나 바짝바짝 타들어 갔던
‘당신의 항문을 폐쇄합니다’
의사는 매정하게도 각께를 땅땅! 쳐버렸다네
캄캄한 절망 곳곳을 다 뒤져가며 癌, 癌, 癌
전부 캐내고 말 거라고, 날카로운 불면 끝으로
후벼 파낸 것들을 들고 달려갔지만 턱 하니
가로막는 각께 앞에서 울부짖다가 도리 없이
급하게 벽을 뚫어서 만든 인공 문으로
울컥울컥, 그 서러운 것들을 내놓았다네
둥근 손잡이도 자존심도 없이 활짝 열려있던
무시로 죽음이 들락거렸던 비닐 항문
그 중심에 기정사실로 꽂혀있던
저승의 빨대는 참말이지 입심 한번 무서웠네
누구나 산다는 것은 똥끝 태우는 일의 연속이겠지만
어쩌다 똥끝을 다 태워먹고 자신의 몸 속에 갇혀
전전긍긍하며 절규했던, 아아 내 어머니!
똥끝이 땅끝과 같은 말임을 그때 나는 깨달았네
―문학 전문 플랫폼 《시마을》 "이달의 초대시인" (2011년 6월)
1954년 충남 서산 출생
1989년 《아동문학연구》 동시조 당선
1994년 《현대시학》 시 추천
1996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으로 『숲이 되고 강이 되어』『검정사과농장』 등
장편소설 『된장 끓이는 여자』 장편동화 『팽이꽃』 등
2004년 시조월드문학대상 수상
2004년 한국아동문학 창작상 수상
2006년 미주문학상 수상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