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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라껍질 모텔 / 김효은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766회 작성일 18-08-08 11:05

본문

소라껍질 모텔

     김효은

 

 

소라게와 소라껍질은

 

한 계절을 합주한다

하나의 선율이 당신을

살찌우고

비만한 당신은

탈피를 하거나

집을 옮기거나

앙상해진 집을 벗고

다른 집을 찾아

떠나야 한다

 

잿빛 담장에 걸린

한 겹의 허물

바닷가 모래말에

버려진 빈 껍질

성장하는 당신을

탈피하는 당신을

부모인듯 응시하는

텅 빈 음표 하나

 

몸이 몸을

벗고 가는 길

이탈하는 음 하나가

오후 햇살에

길게 늘어진다

그림자 속 그림자

소라껍질의 둥근 나선이

한 계단 더 깊어진다

 

투명한 문짝이

바람에 삐걱인다

반짝인다

당신이 매만지던

손잡이는 이미

푸른 녹이 슬었다

 

당신이 열어 놓고 떠난

옆구리의 창에는

비가 들이치고

신열이 오르고

신열은 석회를 녹여

동굴 같은 방 하나를 늘린다

파도소리가 방음되지 않는 방

세 놓음

 

머지않아 누군가는

이 집에 들겠지

또는 태연하게 돌아와

키와 체중을 속이고

다시 또 손님인 척 아닌 척

높은 음으로 노크하겠지

똑 똑

 

 

<주의사항>

성장판이 닫힌 당신은

입실이 불가합니다

되돌이표는

연주할 수 없습니다 

 

- 월간 현대시학20174월호

 

 


 

kimhyoeun-150.jpg

1979년 목포 출생

서강대 국문학과 박사과정 졸업

2004광주일보신춘문예 시 당선

2010년 계간 시에평론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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