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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를 풀다 / 최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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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263회 작성일 18-12-19 11:00

본문

이유를 풀다

   최연수


 

몸은, 수많은 기록이 내장된 블랙박스.

유난히 얼룩진 곳을 따라가면

한 가지 냄새를 흘리고

신발의 뒤축처럼 경사진 습관들이 있습니다.

다알리아 반쪽을 비운 건 기울어진 바람이듯

사건과 정답은 기울어진 그곳에 있습니다.

 

창밖의 나무들은 낡은 계절을 벗어놓는데

두 발에 걸음이 단단히 묶인 잠을 푸는 예민한 손끝.

메스에 닿는 공기의 빛깔이 검붉습니다

 

한쪽으로 튄 비명과

스키드마크 또렷한 밤의 방향으로도 해결되지 않는 사인.

미처 내뱉지 못한 혀 밑의 까끌까끌한 말과

움켜쥔 왼손의 분노와

부릅뜬 시선이 사건을 재구성합니다.

뒤늦게 수거된 파편, 혹은 숨겨둔 열쇠 같은

뜻밖의 지병은 구겨지지 않게 잘 펼쳐놓습니다.

 

그날을 모두 꺼내놓은 싸늘한 잠은 다시,

조용히 봉해질 것입니다.

 

- 월간 시와표현201512월호

 

 최연수.jpg

  

2015<영주일보> 신춘문예 당선

2015시산맥등단

7회 철도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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