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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우리의 몰락 앞에 유적이라 이름 붙이고 / 신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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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582회 작성일 17-07-10 09:27

본문

우리는 우리의 몰락 앞에 유적이라 이름 붙이고

 

신혜정

 

 

나는 당신에게서 여름을 배웠는데

겨울이었다

가을이나 봄은 이미

몰락한 왕조처럼 지루했다

 

쌍꼬리부전나비 애벌레와

마쓰므라꼬리치레 개미*

서로를 키우며 비껴가는 세월

 

한밤의 적막 속, 물밑으로

지느러미 달린 것들

 

갈대숲 사이

눈을 감으면

 

안으로 젖은

오래된 슬픔이 알을 까고 나와

 

내장부터 보이며 시작하는 사랑

젖은 환부가 움직이는 소리

 

출렁,

 

출렁,

 

--------------------------

* 공생관계인 이들은 개미가 애벌레를 사육하고, 개미는 애벌레가 배출하는 환각 물질을 먹으며 번데기가 되기까지

  함께한다. 쌍꼬리부전나비는 현재 멸종위기에 있다.

 

 

- 월간 시인동네20177월호

 

 

 

sinhyejung-150.jpg

2001서울신문신춘문예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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