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가을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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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3건 조회 654회 작성일 22-09-04 09:04본문
초가을 비
달리는 자동차 앞창 위로 투명한 물구슬들 맺힌다. 자동차는 수막(水膜) 위를 미끄러져 가지만,
적요룰 색채로 환원할 수 있다면,
젖은 잎새 사이에서 무거워 오는 색채를
언어로 절개한다.
비가 그녀를 따라왔고, 축 늘어진 포플러나무 잎 아래에서
여자의 모습은 번져나가 모호한 실루엣으로
흩어지고 있었다.
자동차는 잎맥 위를 똑바로 아슬아슬 달려간다. 앞 유리창에 물얼룩이 맺힌다. 주르르 투명한 것이 흘러내린다. 방금 지나쳐 온 여자는 내리는 빗속을 어디까지 걸어갔을까? 초가을을 우산처럼 활짝 펼치고 귓속을 흘러가는 정적에 몸을 내맡겼을까? 후두두둑 내 망막을 때리는 소리.
나는 어머니 자궁 속처럼 어둡고 습한 방에 앉아
창 바깥으로 내리는 빗줄기를 바라본다.
예리한 가을비는 그 속에 시신경이 있고 통각이 있어.
차갑게 꿈틀거리던 내벽과 외벽 사이 새하얀 민달팽이들이
점액을 길게 흔적으로 남기며 기어다녔다.
바다.
초가을비가 뿌려지는 바다.
톱에 걸린 폐선 위로 몰려다니는 빗줄기들. 유리창 바깥을 내다보다가
빗줄기들이 휘말려 올라가는
숲의 높은 나무들이 몸부림치며 젖어가는
그 여자의 눈동자 안을 엿본다,
댓글목록
tang님의 댓글
tang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영적 환상이 어우르는 고통의 심중이 형언하는 생명 그리움에 도전했습니다
코렐리님의 댓글의 댓글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초가을 비를 보면서 깊이 느낀 것이 있는데, 시로 포착하기가 너무 어렵네요.
tang님의 댓글의 댓글
tang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심취되는 힘을 형언하려 했나 봅니다
가을비의 소산 특성이 잡히지는 않았습니다
쓸쓸하고 소용없어지는 낭만 보다 심취되는 높음을 추구했습니다
가을비의 영금 향한 힘에 심취되기 위한 자의식의 도출이 이어져 생명 숙성의 힘을 신성의 힘으로 아름답게 할 수 있었습니다
가을비에도 성령의 힘이 상당히 있어 신성과 교감하면서 아름다움을 심취감 있게 표현할 수 있었으리라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