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전쟁보다 무서운 남미식 내전 > 함께 읽는 글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함께 읽는 글

  • HOME
  • 지혜의 향기
  • 함께 읽는 글

(운영자 : 김용호)

   ☞ 舊. 함께 읽는 글

 

★ 마음의 양식이 되는 책 구절, 선인의 지혜로운 글 등을 올리는 곳입니다 
시나 영상시, 시감상문, 본인의 자작글은 다른 게시판(창작시, 영상시란, 내가읽은시 등)을 이용해주세요

☆ 저작권 위배소지가 있는 음악 및 이미지는 올릴 수 없습니다


탄핵 전쟁보다 무서운 남미식 내전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0회 작성일 25-04-14 08:59

본문

                     탄핵 전쟁보다 무서운 남미식 내전

                                                                                                                        조일훈(한국경제 논설실장 ) 


한국은
오래전부터 압축 고도성장의 대명사였다.
지금은
압축 추락의 나라다.
주요 선진국 가운데
경제성장률이 가장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다.
성장률이
마지막으로 5%대를 찍은 때는 2007년(5.8%), 3%대 마지막은 2017년(3.2%)이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팬데믹 직후의 기저효과 성장률은 제외).
그리고 이듬해부터
곧장 2%대, 1%대로 진입했다.
불과 10여 년 만에
카지노 룰렛 게임의 구슬처럼 미끄러져 내렸다.

같은 기준으로
일본은
5%대 마지막 해가 1989년(5.4%)이었다.
5%대에서 1%대까지 30년 넘게 걸린,
아주 느린 속도였다.


성장률 0%대 진입은 이제 시간문제다.
2022년 1.4%에 이어
올해 또다시 1%대 성장률이 예고된 현실이다.
경제활동인구가 줄어드는 가운데
수출경쟁력 약화, 좀비기업 속출,
자영업 도산,
가계부채 증가 등이
기업 투자와 소비를 모두 갉아먹고 있다.

도시 곳곳에
빈 점포 행렬이 이어지면서
해가 지기 무섭게 어둠이 내려앉고 있다.
구직을 포기한 ‘그냥 쉬었음’ 청년이
벌써 50만 명이다.
저출생 고착화로
얼마 되지도 않는 청년 숫자일 텐데 이 지경이다.



“경제성장률은
이대로 가면 곧 0%대로 내려앉게 될 것이다.
한국인 누군가의 소득 증가는
누군가의
소득 감소로만 가능하게 된다.”
얼마 전
조윤제 연세대 특임교수가 어느 신문에 기고한 글의 일부다.
제로 성장의
제로섬 게임적 성격을 짚은 탁견이다.
제로 성장은
경제 성장의 모든 플러스적 요소가
마이너스 요인에 의해
완벽하게 삭감되는 것을 의미한다.
누군가
성장의 파이를 따먹는 동안,
누군가는 퇴락의 쓴맛을 본다.


제로 성장의 비극은
계층 간 격차를 더욱 벌린다는 데 있다.
금리와 물가 상승처럼 극심한 경기침체는
중산층과 서민에게 더 가혹하다.
잦은 경제 파탄과
극단적 양극화로
악명 높은 중남미 국가들에서 이미 검증된 사실이다.
플러스 기회는
자본력과 정보력이 뛰어난 소수의 자산가에게 집중되고
다수의 대중은
피 말리는 마이너스 생존게임에 끌려 들어간다.

정치는
필연적으로 부자와 서민 사이를 갈라놓고
소수의 약탈과
다수의 분노를 공식화하기에 이른다.
더 이상 잃을 것 없는 사람들은
거리로 쏟아져 나와
소요와 폭동 행렬에 몸을 싣는다.
많은 사람이
정치적 포퓰리즘을 탓하지만
이 정도로 상황이 악화되면
누구라도 해결하기 어렵다.
적자국채를 찍고
값나가는 국유재산들을 해외에 내다 팔다 보면
어느새 금리와 환율과 물가가 치솟고,
그것이 다시
끔찍한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우리도 본능적으로 위기감을 느낀다.
청년들은
미래를 두려워하고
중산층은
절벽 아래를 내려다보며 추락에 몸을 떤다.
유력 정치인이
어느 날 갑자기 마음 고쳐먹는다고
성장이 다시 시작되는 것도 아니다.
성장의 조건은
언제나 혁신과 생산성이다.
우리 정치는
그동안 반대로 달렸다.
한국 사회를 지탱해온 공동체 규범도
빠른 속도로 무너지고 있다.
광장은 벌써부터
법과 제도에 대한 불신,
독한 언어와 극단적 주장들로 넘쳐난다.

여기에
제로 성장 시대가 닥치면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 펼쳐질 것이다.
탄핵 내전과는 또 다른 차원의
국가적 내전이다.
일본처럼 서서히 말라가는 나라는
고통에 적응하고 익숙해진다.
반면
한국처럼 갑자기 추락하는 나라의 국민은
뼈가 부러지고 살점이 튀어 나간다.
“나는 아무런 잘못이 없는데
왜 이런 고통을 당해야 하느냐”는
절규와 분노가 터져 나올 수밖에 없다.

급기야
타인이 내 것을 빼앗아 간다는
약탈적 논리가 횡행하고야 말 것이다.
광장은
그동안 우리가 일군 모든 자산과 성취를
한 번에 태워버릴
거대한 화염으로 변할 것이다.
이미 곳곳에서
크고 작은 불씨들이 위험하게 튀어 오르고 있다. 격화하는 좌우 분열과 대결은
광장 인근의 학교, 유치원까지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한국은 미국처럼
외국인과 인근 국가들을 핍박해
투자와 일자리를 강탈할 수 없는 나라다.
도널드 트럼프는
전 세계를 상대로
자국 우선주의라는 제로섬 게임을 펼치지만
우리는
그 게임의
피동적 참여자이자
잠재적 피해자일 뿐이다.

이대로 간다면
한국적 내전 경로는 자명하다.
이민자 추방이라는
미국식 내전이 아니라
이념, 계층, 세대, 지역, 남녀 등
온갖 종류의 갈등이 폭발하는
중남미식 내전으로 치달을 것이다.

성장 없는 나라에는
국민 통합도 없다.
나눌 것이 없어
서로 눈을 부라리는데
어떻게 손을 잡나.

 

추천1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12,367건 1 페이지
함께 읽는 글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공지 김용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07 1 08-06
12366 김용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 0 01:34
12365 김용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 0 01:33
12364 김용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 0 01:32
12363 幸村 강요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4 0 04-16
12362 幸村 강요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 0 04-16
12361 김용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3 0 04-15
12360 김용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4 0 04-15
12359 김용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 0 04-15
12358 幸村 강요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9 0 04-15
12357 幸村 강요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7 0 04-15
1235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8 1 04-14
1235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3 1 04-14
1235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9 1 04-14
1235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8 1 04-14
열람중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 1 04-14
12351 幸村 강요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0 1 04-14
12350 幸村 강요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9 1 04-14
12349 김용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6 1 04-14
12348 김용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7 1 04-14
12347 김용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0 1 04-14
12346 김용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6 1 04-13
12345 김용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 0 04-13
12344 김용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 0 04-13
12343 幸村 강요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6 0 04-13
12342 幸村 강요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5 0 04-12
12341 幸村 강요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3 1 04-12
1234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2 0 04-11
12339 幸村 강요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7 0 04-11
12338 幸村 강요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3 0 04-11
12337 김용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5 0 04-11
12336 김용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5 0 04-11
12335 김용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8 0 04-11
12334 幸村 강요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7 0 04-10
12333 幸村 강요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6 0 04-10
12332 김용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3 0 04-10
12331 김용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2 1 04-10
12330 김용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0 0 04-10
12329 幸村 강요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7 0 04-09
12328 幸村 강요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2 0 04-09
12327 김용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7 0 04-09
12326 김용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0 0 04-09
12325 김용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4 1 04-09
12324 김용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4 0 04-08
12323 김용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 0 04-08
12322 김용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1 0 04-08
12321 幸村 강요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6 0 04-08
12320 幸村 강요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5 0 04-08
12319 幸村 강요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1 0 04-07
12318 幸村 강요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5 0 04-07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