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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순옥 시 모음 99편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김용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19회 작성일 25-01-16 08:49

본문

서순옥 시 모음 99편
☆★☆★☆★☆★☆★☆★☆★☆★☆★☆★☆★☆★
《1》
가난한 시인의 노래

서순옥

주머니 잔돈 몇 개와
토큰 서너 개의 소리로
자신의 마음을 위안 삼으며
포장마차를 지나치는
시인의 발자국이 무겁다

만삭이 된 배를 끌어 안고
부엌으로 방으로
손수 물을 끓이며
진통陣痛을 어금니로 물고도
남편을 원망하지 못하는
부인의 아픔도 마찬가지다

소주 한 병 살
지폐 한 장만 있으면
밥으로 안주 삼고
자존심의 만찬을 즐긴다는
가난이 만만한 시인의 노래를
낮은 소리로 들었다

친구야!
밥은 내가 살 테니 소주는 네가 사라
☆★☆★☆★☆★☆★☆★☆★☆★☆★☆★☆★☆★
《2》
가을 고독

서순옥

물들어 떨어질 낙엽을
미리부터 염려하는
초가을 비 내리는 밤
잠 못 이루는 검은 잎들이 쓸쓸하여라

어느 봄날 검은 하늘 향해
한 줌 던져 놓은 꽃잎이
여름 내내 하늘을 애태우더니
오늘밤은 모두 자결하고 말았구나

계절을 거슬러 벚꽃 피는 밤 오면
장대비 퍼붓는 마당으로 뛰쳐나가
진흙 범벅에 버선코 비틀어 져도
이제는 나지막이 땅으로 수놓으리라

가을은 소리 없이 무너지는데
성벽과 문지방은 높아만 가나니
꽃 핀 봄날을 가슴에 끌어안고
그대 성전에 노래하는 내 노래가 슬프다.
☆★☆★☆★☆★☆★☆★☆★☆★☆★☆★☆★☆★
《3》
가을비

서순옥

꾸르륵 꾸르륵
쾌청하지 못한 하늘이
어딘가 불편한가보다

눈치 빠른 비행기마저
납작 엎드려
저공비행을 하고.

어제는 소화불량으로
배앓이 하더니
뒤 마려운 무거운 표정이다

대 낮이라 부끄러운게지
해의 눈을 가리고
주르르 설사를 해대는걸 보면.
☆★☆★☆★☆★☆★☆★☆★☆★☆★☆★☆★☆★
《4》
가을에는 떠나세요

서순옥

가을엔 떠나지 말라고
어느 가수는 노래했지만
가을에 길 떠나고
겨울에 돌아오라고
반대로 말하렵니다.

가을은 원래
고독의 계절이라니
맘껏 방황하고
눈 펑펑 내릴 때
겨울 철새가 되어
돌아오라고 하렵니다.

방황으로 시린 가슴
홀로 하는 겨울엔
더욱 시릴 것이기에
밖에서 얼어 죽느니
차라리 내속에서
말라죽으세요 라고…….
☆★☆★☆★☆★☆★☆★☆★☆★☆★☆★☆★☆★
《5》
가을의 기도

서순옥

늦가을 막바지 사랑의 결실인
알껍데기를 뚫고 나와
해지면 얼어 죽을진데
행여나 찬바람 불거든 떨고 있을
늦둥이 애벌레가 없는지 굽어 살피소서!

여름 내내 못 다한 노래가 있어
하얗게 서리는 늦은 밤에도
찌르르, 찌르르
안간힘을 다해 힘겨운 노래하는
곤충이 없는지 굽어 살피소서

화려한 채색을 갈아입고
가을의 향연을 즐겨야 할 때
계절의 감각을 잃어버려
뒤늦게 새싹을 내미는
어린잎이 없는지 굽어 살피소서

따뜻한 남쪽으로
떼를 지어 날아가는 무리에
합류하지 못하고
병들고 노후하여 남아 있거나
날개 잃은 철새가 없는지 굽어살피소서
☆★☆★☆★☆★☆★☆★☆★☆★☆★☆★☆★☆★
《6》
가질 수 없는 소망

서순옥

떨어져라
떨어져라
내가 벌린 옷자락 안에 떨어져라

목이 꺾어지게 올려다보며
별 하나 떨어지길 기다렸던 시골소녀

애야!
그리 쉽게 떨어지는 별이라면
저렇게도 많이 온전하게 붙어 있겠니.
라고 달래시던 나의 어머니

아무도 없는 옥상에서
양팔을 힘껏 벌려
이제는 저 동그란 달하나
떨어지길 소원해본다

떨어져라
떨어져!
내 안에 저 동그란 달하나 떨어져라 앗

천치가 안쓰러워 보였는지
저 하늘은 말없이 별빛과 달빛만
내 품속으로 쏟아져 내려준다
☆★☆★☆★☆★☆★☆★☆★☆★☆★☆★☆★☆★
《7》
겨울바람

서순옥

어젯밤
문고리 잡아 흔들던데
너였니?

밤이 길어
마실 왔던 게로구나

겨울밤 손님
맞이할 만큼
용감하지 못하단다.

미안하지만
하지 지나거든
다시 오겠니?
☆★☆★☆★☆★☆★☆★☆★☆★☆★☆★☆★☆★
《8》
겸손

서순옥

기성 축에도 못 끼는
덜 떨어진 신출내기를
유명 행세하라 등 때 민다

무릎 위에 손자가
조부 나룻까지 당기는
버르장머리가 될까 봐

호감(好感)은 감사하나
날개옷이 백 벌이어도
추락부터 염려해야겠다

발에 쥐가 나고
굳어서 돌이 될지언정
염주 알을 함부로
내려놓을 수는 없기에
☆★☆★☆★☆★☆★☆★☆★☆★☆★☆★☆★☆★
《9》
고독

서순옥

잡힐 듯 말 듯
저만치 앞선 그리움이
태산으로 서있는 것은
사람을 떠나보낼 때
형체만 보내고
마음은 잡아 둔 탓일까?
그 곁을 떠나올 때
정으로 물든 체취를
남겨 두고 온 탓일까?

마주한 인연이
고독을 선물하듯
나도 누군가에게
선물했을 것 같아
그리움에 젖어볼
자격도 있지 않을까?

수행하는 사람은
고독과의 싸움이
큰 숙제라지만
시음(詩吟)하는 난
순간순간마다
다제에 곁들인 고독을
음미하듯 즐긴다.

고독이라는
호화로운 병을
앓아 본 사람만이
사랑하는 법을 잘 알기에
사람이 따뜻하다 했던가
나도 따뜻한 사람이고 싶다.
☆★☆★☆★☆★☆★☆★☆★☆★☆★☆★☆★☆★
《10》
고마운 소식

서순옥

각자 저 둥지를 틀고 있을
나의 초등친구의 소식을
한꺼번에 들으니
가슴이 터지겠다

언제부터 수염 나고
술과 인생을 즐길 줄 아는
어른들이 되어 있는지도
까마득히 모를 수밖에...

내 기억 속엔 아직도
고사리 손 코흘리개들 뿐인데
세월에 익어가는 얼굴들도
당연히 모를 수밖에…….

이름만 불러도 울꺽할 그리움으로
밀려올 나의 친구여!
특별히 튀지도 못나지도 않게
평범하게 살아들 줘서 고맙다

길을 가다 내 모습이 보이거든
부디 그냥 지나치지 말고
이름 석 자라도 불러 준다면
기쁨으로 옛동무를 맞을 것이라네
☆★☆★☆★☆★☆★☆★☆★☆★☆★☆★☆★☆★
《11》
공허함

서순옥

한 줌도 안되는
감정의 덩어리가
나의 호흡 속으로
뒤섞여버린 사랑

그거 알아요?
지금 호흡을
방해하고 있다는 것을요

커다란 풍선 하나가
가슴속으로 들어오던 날부터
불룩하긴 하지만
더 허전한 느낌을요

그건 아마도
당신이 뭔가를
빠트리고 온 탓일 거에요
얼른 가서 챙겨오세요
☆★☆★☆★☆★☆★☆★☆★☆★☆★☆★☆★☆★
《12》
그대 사랑되기까지

서순옥

내 어미의 분신으로
낙하한 핏덩이 속에
나를 찾아 닦아내던 날부터
나의 역사는 시작이 되었습니다

사랑둥이로 자라는 동안
수녀 같은 사랑만 영원히 하리라는
야무진 꿈도 있었지만
언제부턴가
병아리의 작은 꿈을 깨고
또 다른 사랑을 몰래몰래
내 가슴에 심어 삭을 틔웠답니다

우리가 처음 만나던 날
하늘의 신들은 은비 뿌리고
세 잎 클로버 푸른 미소로
축하를 받았지요.

그 은비는 나의 은날개가 되고
푸른 자연의 미소는
당신의 편안한 휴식 터가 되지요
☆★☆★☆★☆★☆★☆★☆★☆★☆★☆★☆★☆★
《13》
그리운 얼굴

서순옥

저 바다 깊은 곳에
얼굴 하나 던져놓고
까맣게 잊고 살았는데

겨울이 밀어낸 이 봄
그리움이 새싹 되어
여기저기 돋아난다.

산이 되어 덮쳐오는
외로움을 감당할 수 없을 땐
풀어지는 방정식이 있었던가.

점점 외로워지는 나 자신을
절대 나무라고는 싶지 않아!
미쳐버리기 전에 만나야겠어.
☆★☆★☆★☆★☆★☆★☆★☆★☆★☆★☆★☆★
《14》
그리움의 병

서순옥

가랑잎 끌어 모아다가
차갑게 누워계시는
나의 부모 묘지에 덮어
찬바람 막아드리고 올까!

간밤에 편안한 모습으로
꿈속을 다녀가셨어 그런지
간절하게 보고프다 못해
천국으로 전화한대 놔드리고 싶다.

두분께서는 지금,
어느 하늘에 함께 계시는지
죽음이 갈라놓아도
이렇게 서로로 애틋하게 찾는데

살아생전에 덕을 쌓고
좋은 일만 하신 분이라
분명 어느 화목한 집안으로
다시 윤회하셨을 지도 모른다.
☆★☆★☆★☆★☆★☆★☆★☆★☆★☆★☆★☆★
《15》
기억 삭제

서순옥

가슴이 벅차고
감당 할 수 없는 지난 일에
밀려오는 수치심 또한
고개들 수 없을 만큼
얼굴에 붉어져 옵니다.

최고의 고운 모습과
깔끔한 이미지만 보여주고픈 데
누추한 모습 일 때 초대하여
지금도 민망하여
고개 들 수 없습니다.

혹시, 안 좋은 느낌으로
기억에 남아 있지 않을까하여
당신의 머릿속 필름을
훔쳐 내버리고 싶답니다.

인터넷처럼 사람에게도
기억 수정 삭제란이 있다면
마지막 한 부분만 삭제하고
백지로 되돌려 놓고 싶은 마음
간절하답니다.
☆★☆★☆★☆★☆★☆★☆★☆★☆★☆★☆★☆★
《16》
나무되고픈 소망

서순옥

사람들은 죽어 다시 태어난다면
한그루의 나무가 되길 원한다.

나무되길 원하는 사람들이 많아
산에는 그렇게 나무들이 많은 걸까!

나 또한 이 다음 늙어 죽어진다면
그들 옆에 서 있을 수가 있을까!

이왕이면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무 된
그 자리 옆에 나란히 서고 싶다.
☆★☆★☆★☆★☆★☆★☆★☆★☆★☆★☆★☆★
《17》
나무의 고독

서순옥

스스로 잘라내는
수많은 아픔들이
쓸쓸히, 쓸쓸히 떨어집니다.

가을이 밀어내는
억만 방울의 눈물들이
흐느낌으로 떨어집니다.

한 잎 두 잎
온몸으로 떨어내는
벙어리들의 수화手話를 읽었습니다.

가을을 쥐어짜는 시인은
한편의 시에 아픔을 옮겨 담는다지만
평생을 고독해 하는 나무만 하지는 못할 겁니다.
☆★☆★☆★☆★☆★☆★☆★☆★☆★☆★☆★☆★
《18》
나의 별 찾기

서순옥

베들레헴의 별들은
마구간을 밝혀
왕이 나심을 알려오고,

불꽃놀이 하는
새벽 별들 중에서
내별 하나 찾을 수 없다.

내어미의 지져지는 고통 속에
수많은 별을 보았다하나
진작 명찰하나 달지 못했나보다

어느 별에서 왔는지 알 수 없으나
사는 동안에 작은 별 하나에다
문패하나 꼭 붙이고 돌아가리라
☆★☆★☆★☆★☆★☆★☆★☆★☆★☆★☆★☆★
《19》
나의 사랑 나의 시

서순옥

육식을 하고도 밥을 먹지 않으면
끼니를 건넌 듯한 허전함에
한 숟갈이라도 챙겨 먹게 되듯

시 한편 보지 못한 날에는
쉬이 잠들지 못하는 침불안석
한 구절이라도 읽어야 안식을 얻는다.

물 한잔조차 여유롭게 마시지 못해
모발까지 피로에 쌓여 몸살난 지금
밥그릇만 보아도 소화불량이지만

그리운 사랑에 간절히 목말라할 만큼
시 한편 쓰고픈 안달로 몸부림치는
절대 포기 못할 중독된 나의 사랑
☆★☆★☆★☆★☆★☆★☆★☆★☆★☆★☆★☆★
《20》
나의 죄명은 사랑

서순옥

저녁 노을에
삿대질 한다고
손가락에 수갑을
채우겠는가

해를 가리고
쏘아 본다고
나에게 죄명을
붙이겠는가

부처님 손안에서 노닐 듯
이 넓은 하늘아래서
어디를 겨누어도
멍석위를 구를 뿐인데

도마위에 누었다고
날도 없는 칼로
은빛비늘 부터
긁어 대려는가.

두 번이나 부정하는 이유를
그리도 모르겠나이가
아무도 모르는 곳
우주 밖에서라면 또 모르리…….
☆★☆★☆★☆★☆★☆★☆★☆★☆★☆★☆★☆★
《21》
나팔꽃

서순옥

쭉쭉 잘 나간다하여
땅에서만 기자니
체면이 말이 아니라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붙잡고
담장을 기어올라
더 높은 곳에 오르고자함에
하늘을 쳐다본다마는
닫지 못함은 욕심으로 부글거리고
자존심은 하늘에 닿았음이라.

하늘이 내려 올까하여
홍치마 거꾸로 펼쳐들고
하늘을 꾀려 유혹하니
속곳을 먼저 훔쳐본 바람이
벌과 합세하여 속곳을 헤집는데
하찮게 여겨짐은 물론이요
심히 못마땅하기까지 하여라.

더욱 높이 치켜든 유혹에
밤에도 외눈박이요,
낮에도 외눈박이 하늘이
새파랗게 정색하며 버틴다지만
어디 당해낼 재간인들 있었어라

결국엔, 하나뿐인 눈빛이 녹아
열 폭짜리 치마 속에 빠져들고
하루 종일 시선 뗄 줄 모르다가
서산에 걸려 곤두박질치고
코피(노을)가 터져도 아픈 줄 몰라라

여름밤을 짧게 달려
다음날도 뜨겁게 이글거리더니
결국엔 빗물로 사정하고 말았음이라
☆★☆★☆★☆★☆★☆★☆★☆★☆★☆★☆★☆★
《22》
낙엽

서순옥

겨울이 밀어낸다면
비워주는게
자연의 순리지만
추풍에 진다하여
바닥으로 뒹굴지는 말아라!
빗물에도 젖지는 말아라!
추락하는 것도 애처로운데
처량하기까지 한다면
두고 볼 수 없게되는 난
갱지즈 강 화장터에서
영혼을 되돌려 보내듯
한 손에는 싸리비를
다른 한 손에는 성냥통들은
화부(火夫)가 되어야하느니
☆★☆★☆★☆★☆★☆★☆★☆★☆★☆★☆★☆★
《23》
낙원

서순옥

산들 한 바람이 부는
말달리는 초원으로
여행을 떠나올제

가슴에 찌든
세속의 찌꺼기는
다 틀어 날렸나니

오염되지 않은
이 대지를 밟고 서있는
느낌 상쾌하여라

옥수수 삶고 감자 구워
호롱불 꾸벅 조는
이 밤이 소중하여라
☆★☆★☆★☆★☆★☆★☆★☆★☆★☆★☆★☆★
《24》
남기고 싶지 않은 흔적

서순옥

방금 목욕한 몸에서도
먼지가 난다는 걸
베란다 창 밝은 햇살에
들키고 말았는데
가지런히 놓인 화초들의
비웃는 시선 또한 따갑다.

이제껏 털어놓은 먼지는
섞어지고 소멸해 가지만
살아가는 동안 먼지 없이
살아 갈 수 없는 것인지
하소연을 바람에 해본다

죽어서 한 줌의 먼지로
마지막 찌꺼기로 남는 건
어절 도리가 없다지만
살다가 간 흔적을
깨끗이 비워주고 가고 싶은데
간절히 바라는 나의 마음뿐이다

이미
털어놓은 먼지 날리지 않게
바람이나마 잔잔히 불어으면 좋겠다
☆★☆★☆★☆★☆★☆★☆★☆★☆★☆★☆★☆★
《25》
남긴다는 것

서순옥

언젠가 하늘이 부르면 가겠지만
녹음이 짙은 나무는
천년을 넘게 살면서
해마다 푸르게 윤회하는데
사람은 반백 년도 못 가서
백발의 서리부터 내린다.

사람을 재창조할 또 다른 조물주가
이 세상으로 다시 재림한다면
온몸을 맡겨 성형하고
젊음으로 백년불변(百年不變)하며
살아가고픈 마음 간절하나
다 부질없는 욕심일지니,

겉모습의 형태로는
고운 흔적을 남길 자신 없어
어떤 모양을 하고 있을
내 영혼을 곱게 다듬어
영혼 속에 영혼을 남기는
흔적으로 불멸할 것이다.
☆★☆★☆★☆★☆★☆★☆★☆★☆★☆★☆★☆★
《26》
내 남자니까

서순옥

채우고픈 마음은
한도 없으나
허기져 갈망하기를 원한다.

손길 닿지 않는
후미진 곳까지도
모든 것들을 사랑할 수 있겠다

어제 부린 앙탈이
미안하고 후회될지라도
내일 또 잔잔한 시기(猜忌)을 할 것이다.

따뜻한 이 가슴이 있는 한
그대 심연에 조각배를 띄워놓고
영원한 파수꾼을 실어 둘 것이다.

왜냐하면 너는 ......
☆★☆★☆★☆★☆★☆★☆★☆★☆★☆★☆★☆★
《27》
내 마음의 풍경화

서순옥

온갖 문명의 소리를 뒤로한 채
그 흔한 TV도 한대도
휴대폰조차도 간섭받지 않는
적막감에 싸인 깊은 산골에서
잠시나마 자연인으로 돌아 갈 수 있었네.

그동안 차곡차곡 모아
가슴 속 결석으로 남겨둔 이야기를
할까 말까 망설이다가
총총히 박힌 저 별들에게
밤새 틀어놓았네.

산은 가부좌 틀고 앉자
한쪽무릎을 조용히 내어주고
산장 불빛에 곁눈질하던
온갖 풀벌레들을 불러들여
별들과의 대화를 들려주었네.

누구든 산에 오르면
오염시키지 말라는 충고를 잃은 채
싱그러운 정기를 퍼 담고자
가슴에 쌓인 모든 찌꺼기를
산에다가 훌훌 털어 버렸네

어머니 몸에서 나오고
산으로 돌아갈 이 몸이
언젠가 돌아와야 할 고향에
잠시 둘러보러 온 이 편안함을
무엇으로 설명해야할까
☆★☆★☆★☆★☆★☆★☆★☆★☆★☆★☆★☆★
《28》
내 사랑은 아기별

서순옥

당신 가슴에 묻어
봉인했던 때가 언젠데
아직도 허전하다고
칭얼거리며 보채는지요.

일생에서 마지막이 될
당신 곁에 묻을 영혼인데
행여 맘 변했을까 하는
곡해(曲解)는 마옵소서.

어리광부리는 눈빛만 보아도
투정부리는 입술만 봐도
당신의 사랑을 낳은 사람이
그 옹알이를 모를 리 없지요.

토라져 버린 오리온이 되어
겨울 속으로 숨어버리겠다 하여도
온 천하우주가 내 속에 있는데
어느 별인 듯 못 찾겠어요.
☆★☆★☆★☆★☆★☆★☆★☆★☆★☆★☆★☆★
《29》
내가 만든 시속으로

서순옥

얼마나 더 누릴지

모르는 영화와
더 큰 부귀를 향해
눈을 부라리고 살아가지만
만석꾼의 아내도, 여걸도 아닌
구구절절 가슴만 태우는 사랑도 아닌
야망으로 가득 찬 장기를 잘라내고
욕심을 채우던 주머니도 떼어내고
미움까지도 솟아나는 샘을 매꿰
험한 세상에 아픈 상처까지
말끔히 치료할 시속에
살아갈 수만 있다면
풀냄새 싱그러운
초원의 풀밭에서
한가히 풀을 뜨는
야생마라 할지라도
며칠 밤 머리 싸매고
쌍코피가 터진다 하여도
시한 편을 설계하고 마리라
그대여!

언젠가 그런 시를 만드는 세상이 오면
이른 아침 눈비비고 일어나시어
제일 먼저 내가 만든 속으로 찾아오소서
☆★☆★☆★☆★☆★☆★☆★☆★☆★☆★☆★☆★
《30》
내게도 임하소서

서순옥

태초부터 하나님과의
보이지 않는 저 우주 속에
가늘고 약한 선의
끄나풀의 인연이였기에
내 엉덩이에 뿔이 났으니

하나님 가슴에 임하지 못해
발끝에 내려앉았는데
언제나 어린양은 챙기면서
발끝 그림자를
언제나 밟고 다니신다.

주인의 놓치지 않으려
안간힘으로 버티다가
오늘도 여전히
가슴이 아닌 발목 부여잡느라
모든 심신이 곤하여 지처 있다

성경은 언제나
하나님 우편에 앉은 자와
좌편에 앉은 자만
역사 해놓았기 때문에
내게는 임하시지 못하나 보다

하나님!
이제는 발을 이고 다닐실 수는 없는지요
☆★☆★☆★☆★☆★☆★☆★☆★☆★☆★☆★☆★
《31》


서순옥

부르지 않아도
상기된 얼굴로
나의 상상 속으로
언제든 달려오는 너

귀 밑에 스치는
바람의 끝에는
너의 냄새가 묻어있어
나를 침묵케 하는 너

추억 속의 이름 두자를
애써 지우려하면 할수록
더 무거운 그리움으로
점점 다가오는 너

바람 없는 날은
작은 별이 되어
끝없는 공간을 뚫고
나를 내려다보고 있는 너
☆★☆★☆★☆★☆★☆★☆★☆★☆★☆★☆★☆★
《32》
너를 위한 마음

서순옥

미운정도 정이라고
내 속에 담았던 너를
아파 견딜 수 없기에
너를 비운다.

갈기갈기 흩어진 너를
모두 찾아내서
제자리로 갖다 놓고픈
사명감이 앞서는 시간이다.

진작 그래야 했지만
사람의 마음이 휴지통을 비우듯
쉽게 비워지는 것이 아니기에
매정하지 못한 것뿐이다.

머리가 핑 돌만큼 어지럽고
기운조차도 없지만
너의 기억 속에서 밀어낸다고
원망은 만은 말아주길 바라네.
☆★☆★☆★☆★☆★☆★☆★☆★☆★☆★☆★☆★
《33》
늦가을 등산로에서

서순옥

머리가 허옇게 쉬어
쉭쉭
마른 호흡을 거칠게 몰아쉬는 갈대
하직을 고해 오지만
익숙하지 않은 이별에
풀잎의 인사를 감지하지 못합니다.

더운 날 엿가락 휘어지듯
구불구불
허리가 휘어져 버린 소나무
찬바람에 터 갈라진 듯한데
세월이 밀어내는 껍데기라
그렇게는 믿고 싶지 않습니다.

고운 날갯짓도 안쓰러운
노랑나비 한 마리와
옹알이가 한참인 철부지 벌레들은
만삭인 홍엽紅葉의 열기 속에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이 가을이 낳은 늦둥이들입니다.

아름다운 희생이라
죽어도 죽지 않는
다음을 존재키 위해
잠시 쉬어가는 것뿐이라고
일러주던 고운 이가 계셨기에
나의 가을은 영원히 살아있습니다.
☆★☆★☆★☆★☆★☆★☆★☆★☆★☆★☆★☆★
《34》
단조 곡

서순옥

음절마다 방울방울 진 눈물은
어느 애간장을 녹여 붙여기에
애절한 노래가 되어 흐르는가

무슨 사연을 음표로 만들었기에
엄숙한 내 열 손가락으로
검은 건반을 두드리게 하는가.

주인공의 심정을 헤아려
눈물 서너 방울 털고
가슴을 짜내어 재편곡 해보지만,

뉘의 삶이 순조롭지 않았기에
아픔에 길든 노래가 되어
내 귓전을 아프게도 떼리는가.
☆★☆★☆★☆★☆★☆★☆★☆★☆★☆★☆★☆★
《35》
단풍산

서순옥

아침에 심어
저녁에 따먹는 오이를
믿는 자만이
가을을 수태하나니,

눈빛만 닿았는데
입덧한다는 동정(童貞)은
열렬한 심정이다못해
올해도 고독을 출산한다,

서리 맞아 떨고 있을진데
새빨간 거짓인 줄 알면서
활화산 대어 죽는다는
억지 순교자여!

부디, 젊디젊은 푸른 날
꽃이 되지 못한 자의
마지막 죽음을 앞에 핀
저승꽃이라 생각해주길 바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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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당신 때문에

서순옥

살아가는 동안
삶의 애환이나
연모의 정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다

수백 년 수천 년이지나
이 세상에 다시오면
누구의 사랑 이였던가를
기억을 못할까 봐서이다

가슴 찌들었다가 녹고
녹았다가는 다시 질투하고
이토록 뜨거운 사랑을
다시 연결 못 할까 봐서이다

손가락이 부르 터지도록
글로 남기고 싶고
충혈 되는 눈으로
이 깊은 밤 글 쓰는 이유는
왜냐하면 .......
☆★☆★☆★☆★☆★☆★☆★☆★☆★☆★☆★☆★
《37》
대물림하는 딸의 손길

서순옥

큰 아이가 눈 비벼가며
밤새도록 꽃종이 오려붙여
카네이션 만드는 모습 몰래 지켜보았다

작은 아이는
아이스크림 사먹겠다고 들고 나간 오백 원으로
천 원짜리 카네이션을 사들고 들어 왔다
아마 문방구 아저씨에게 때를 쓴 모양이다

하루 전날 아무도 몰래 만들어
눈곱도 안 뗀 식전에
어머니 앞을 가로 막으며
앞가슴에 달아 드리고
형편없는 솜씨를 수줍어하곤 했던
두 아이의 어머니가 된 지금 나에게도
그런 때가 분명히 있었다.

작년 이맘때는
눈물 닦던 휴지로 하얗게 만들고
지금은 딸아이가 만들다 남은
꽃종이로 또 만들어 보지만
가슴으로 몰래 접은 카네이션이
올해 일곱 번째 송이다

간절히 달아 주고 싶은 사람인데
올해도 바보같이 하늘 쳐다보며
또 눈 물꽃 한 송이 달아 드리고 말았다

어머니!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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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둥근 달

서순옥

산달에 달한 만삭이
터질 것만 같은데
굴러온 그리움 하나가
산문을 틀어막고 있다

한 끼의 끼니조차도
삼킬 수도
뱉을 수도 없는 이 고통을
누가 알랴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앓을 만큼 앓다가
지쳐 쓰러져버린
내 영혼의 황달기를

으슥한 해거름에
연못 속으로 숨어들어
홀로 그리움을
짝짓기하고 출산한다.
☆★☆★☆★☆★☆★☆★☆★☆★☆★☆★☆★☆★
《39》
등대지기

서순옥

홀로 서기에
길들여 져 있는
외로움입니다.

집 나간 자식 기다리듯
다리 한번 접어 보지 못한
기다림입니다.

외로 선
외눈박이의 포근한
참사랑입니다.

비, 바람에도 끄덕 안할
세월 속에 굳어갈
망부석입니다.

어두움 속에서도
소리 없이 말할 수 있는
언어전달입니다.

하루의 안녕과
무사 무탈을 비는
지킴이 입니다.

길 잃은 이에게
용기를 불어넣어 줄
희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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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만 번이나 지나간 약속

서순옥

팔도 닫지 않는 감나무 껴안고
한 음절로만 노래하던
매미들의 음치 합창을 들으며
그 아래 놓인 나무 평상에
길게 드러누운 오라버니들

막 배꼽 떨어진 어린 풋 별을 세며
가을에는 잘 익은 별 따주마 해놓고
서른 번이나 넘게 홍시 떨어졌어도
한 번도 따주지 않고 무심하게
산을 넘어가 버린 오라버니들

하늘에는 수많은 별들이
만 번이나 넘게 뜨고 져 내리며
우주 공간에 나이테를 그릴 때
쉬어버린 머리카락 세느라
까마득히 잊고 있을 오라버니들

별들아! 별들아!
오늘밤 산 넘고 강 건너
타임머신 타고 그 추억을 찾아가서
귀속 말로 좀 속삭여 주고 오려무나
멀지 않아 따기 쉬운 풋 별이
올해도 주렁주렁 달려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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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맘대로 상상하기 없기

서순옥

선비 나라에 뿌리 내리고
정착하여 자라오면서
그 어떤 풍파가 몰아 닥쳐도
휘어지거나 꺾어진 없이
꼿꼿하게 자라왔다.

수염이 좀 길다는 건
그만큼 성숙하다는 것으로
지극히 자연스럽기도 하지만
한 뼘 이상 길게 자란다 하여도
팔자대로라면 절대 흉 될 것 없다.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던
한 여름날 오후.
사르르 인기척이 나는가 싶더니
반짝이는 눈빛으로
관심을 보내온 이가 있었다.

길게 자란 내 수염에서
눈을 뗄 줄 모르더니
허락도 없이 함부로
수염을 쓰다듬어가며
매만지는 방자한 그녀

만족해하는 음흉한 미소는
살기를 느낄 만큼 거시기 했고
그녀의 재빠른 손아귀에 움켜잡혀
결국, 나는 그녀의 결단력에
“뚝” 꺾이고야 말았지.

그녀는 콧노래 부르며
나를 가리고 있는 겉껍데기를
한불 씩 베껴 내리는
작업이 진행를 하는터라
그냥 있을 수밖에 없었지.

저항 한번 하지 못한 채
순순히 그녀에게 순응하며
모든 걸 맡겼더니
마지막 한불까지
홀라당 베껴 버리는 게 아닌가.

성격은 또 얼마나 급한지
완전 알몸이 되어버린 나는
부끄러워할 새도 없이
타오르는 열기 속으로
던져 밀어 넣더군.

온몸이 휩싸인 열기는
화끈하기보다는
너무 뜨거워서 그 누구도
안 죽고 못 배기는
그 온도는 모르긴 해도 백도 시

그녀는 쉴 새 없이
군침을 꼴까닥 삼켰고
그 소리는
황소개구리가
연못에 뛰어드는 듯했어

그녀의 입술에 스쳤을 때는
부드러운듯했으나
물어뜯는 이빨은
사슴을 뜯어 삼키는
사자만큼 날카로웠지

굶주린 그녀의 욕구를
충족히 채울만큼 채우더니
앙상하게 뼈다귀만 남은 나를
아무데나 휙 던져버리더군
그렇게 구석에서 사라져가야 했었어.

이게 뭐란 말인가!
왜, 바보같이!
저항 한번 못해보고
그냥 잡아 먹혀야 하는지
조물주가 원망스럽다.

네발 달린 짐승이라면
도망이나 갈 수 있을 텐데
그녀가 징그러워하는 지렁이라면
밝혀 죽는 한 있어도
그녀에게 먹히지는 않을 텐데

이담에 다시 태어난다면
절대로!
절대로!
그녀가 즐겨 먹는
옥수수로 태어나고 싶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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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맛있는 시를 먹고 싶다

서순옥

값비싼 금테 둘러
하늘까지 가치 올려놓은
그런 초콜릿이 아닌
생긴 그대로의 시꺼먼
초콜릿 한 덩이가 먹고 싶다.

속 검다하여
금종이 은종이로 감싸고
또 겹겹이 감싸서 부풀리고
리본으로 화려하게 장식하여
생화 바구니로 장식을 한
그런 것이 아닌
값싼 비닐 한 꺼풀에
속이 훤하게 내비치는
그런 시껌댕이 한 덩이면 좋겠다.

미색은 좀 투박하나
씁쓰름하기도 하고
약간은 아리한 듯 한 오묘한 맛
부드럽게 사르르 녹아드는
달콤함에 푹 빠져
맛의 경지에 이르고 싶다.

입 안에 넣고 오랫동안 굴려야
목구멍으로 넘길 수 있는 사탕이 아닌
종일 씹어도 삼킬 수 없는 풍선껌이 아닌
넣은 순간부터 혀의 존재를 부여하고
먹고 나면 뒤돌아서기도 전에
또 먹고 싶어지는
그런 시껌뎅이 초콜릿 덩어리 같은
시인의 달콤한 맛을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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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모닝커피

서순옥

커피 잔 속에
각설탕보다 먼저 뛰어든
너의 휘저어 마셔버렸다

설탕을 넣지 않아도
달콤한 입술의 느낌

프리마를 넣지 않아도
향기로운 자태

드러내지 않게 어우러져
내속으로 숨어들어
나의 감정과 희석하는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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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몸살

서순옥

내 속에 내가 빠져 나가버린
텅 빈 지하 주차장 마냥
냉가슴은 더욱 시려오고
책상 앞에 놓은 허브 화분 하나가
주인 잘못 만나 시들어 가고 있다.

해지기가 무섭게 일어나는 네온사인
창가에 달빛은 저리도 고운데
새벽기도 없어도 아침은 찾아오고
출근길 달리는 차들은
여전히 바쁘게 움직일 테지

똑딱이는 탁상시계 앞에
멈춰 버린 나의 묵상,
아파트 대문은 굳게 잠겨
대답할 입술도 열리지 않고
울리는 수화기조차도 더욱 무겁다.

앞뜰에 자라는 풀 한 포기보다
약하고 작게만 느껴지는 몸은
땅속으로 점점 꺼져만 가는데
어린 시절 모정의 품속을 그리다가
모로 누운 콧등 위로 눈물을 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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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못 오실 손님

서순옥

大小事 앞당겨 벼락 잔치 끝내놓고,
앞마당 곱게 쓸어 대문 활짝 제쳐
삽작거리 오실 길에 꽃잎 따다 뿌리고
걸레가 헤지도록 대청마루 닦아내어
정갈하게 상 차릴 것을 주방에 기별하며
한걸음에 달려오실 갈증을 들어드리고자
물 한대접 준비하여 엷은 마음 띄워놓고
금실은실 수놓은 비단방석 사랑방에 깔다가
옷매무새 다듬고 동백기름 곱게 발라 넘겨
손님맞이 단장 곱게 하였더니
오실 손님 아니 오신다며 미안하다고
청천벽력(靑天霹靂)같은 기별이 왔네.

무심도 하시지......
야속도 하시지......

아마도 나는 전생에
망부석(望夫石)이었거나
어긋나는 꿈길을 헤맸던
황진이였을지도 모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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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무거운 아침

서순옥

천연바위가 되어야 하는
쓸쓸한 하루가
동녘에서 말달려오고 있다

장난 같은 운명 앞에
빗나가기만 하는 화살은
에로스의 농간인가

하늘의 비밀 천기를 훔쳐서라도
다음 세상에는 인간이 아닌
나무가 되는 방법을 알아내리라

사랑도 질투도 미움도 모르는
자연만 벗 삶으며
다음 세상에 나무로 다녀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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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무관심

서순옥

관리 소홀한 주인을
야속타 말 한마디 못하고
사력을 다해 서 있는
나의 산세베리아가
죽어가고 있다

얼마나 목말라 했으면
검게 타들어가도록
무심한 주인을 원망 못하고
갈증을 견디다 못해
검은 나무가 되어버렸을까

부를 염치도 없지만
나의 산세베리아야!
미안하다
미안하다
정말 미안하다

황급히 물 컵을 들고 오는
주인을 원망이라도 했듯이
끝내 사과를 받아주지 않고는
며칠 뒤에는 주저앉아
이렇게 말한다.

“이제 더 이상 당신에게
산소가 될 수 없어 미안해요
안녕! “ 이라고…….
☆★☆★☆★☆★☆★☆★☆★☆★☆★☆★☆★☆★
《48》
미워하기 없기

서순옥

어제 마신 술이
결코 술이 아니었나봐요
마법의 힘을 빌리지 못하여
술의 힘을 빌어
당신께 고백을 한 거 같아요

미워서 때려주고도 싶겠지만
조금 철없이 굴고
피곤하게 굴어도
미워하지 마세요

당신 미움 사고나면
마음 의지 할 때가 없어요

혹시
오해하고 있다 하여도
사랑이 그렇게 만든거라
여시길 바래요

나 당신 아들 하나 더 낳았다고 생각하듯
당신은 미운둥이 딸 하나
늦둥이로 낳았다고 생각하세요
☆★☆★☆★☆★☆★☆★☆★☆★☆★☆★☆★☆★
《49》
믿음 소망 사랑 그리고

서순옥

보잘것없는 영혼하나
담보로 저당 잡혀놓고
목숨 붙어 있는 날까지
당신믿음으로 살겠다했습니다

오르지 당신하나에
넋 놓고 사는 동안
같은 소망이루어지리라
기도했던 날이 어제 같은데

사랑하나 구제 못할
생쌀 같은 밥알이라면
어찌 이 땅에 별 하나로
올 수 있었게 습니까.

뉘 가슴이 더 아플지
내 슬픔도 고통이기에
책임이라고 하고 싶지만
강요는 하지 않으렵니다.
☆★☆★☆★☆★☆★☆★☆★☆★☆★☆★☆★☆★
《50》
바람 타는 말

서순옥

바람아, 바람아
인간에게 시비 걸지 말아라

개울가에서 쑥덕거리지도 마라
숲에서도 소곤거리지도 말아라.

날갯짓하는 새떼들을
불러 모아 뭐하려느냐.

천 리를 물어다 퍼뜨린들
싹이 나고 꽃이 피겠느냐.
☆★☆★☆★☆★☆★☆★☆★☆★☆★☆★☆★☆★
《51》
바람과 함께

서순옥

북상하는 바람 따라
너의 정원 연못에
깃털로 날아가서
솜털로 내려앉은
연꽃 한 송로 피어나리라

그리움이 물밀려 오는 날
연못 귀퉁이에
다소곳이 쑥스러워하는
연꽃 한 송이가 피거든
그게 바로 나 인줄 알라.

어깨가 축 처지는 날도
주문을 외워 부르면
네 가슴을 쓰다듬는
술친구로 달려가리니
연잎에 물방울 구르거든
달려간 내 땀인 줄 알라.

연꽃 한 송이 불그스례
히죽 웃고 있거든
넋 나갔다 생각 말고
어디 가서 퍼마시다가
모자라서 온 줄 알고
작년에 담은 국화주 있거든
한 옹자배기 퍼내오소

격과 허물을 따진들 뭐하리.
언제든 혜성처럼 나타나
깜짝 놀래줄지도 모르니
바빠도 바쁜 척 말고
간다. 기별 거든
연못으로 마중이나 오소
☆★☆★☆★☆★☆★☆★☆★☆★☆★☆★☆★☆★
《52》
반항

서순옥

하나님!
하나님께서는 양들에게
하실 말씀 없으세요?

사랑을 무엇이라 가르치셨는지
하나님께 좀 따지고 싶습니다.
길 잃은 양만 양입니까?
철부지 양은 양이 아니랍니까?

길 잃은 어린양을
한 팔에 안으셨으면
다른 한 팔에는 철부지 어린양도
안기셔야 옳지 않습니까?

물 위를 걷는 나사렛을
모른다 하여
당신의 백성이
아니라 하시겠습니까?

정미 년에 태어나던 그해에
하나님의 것이라는
파란 도장이 찍혀 있는데
굿이 엉덩이 까발리고 보여야만
당신의 백성이라 하시겠나이까.

비 맞은 양한마리가
성경도 뒤지지 않으면서
주절주절 하나님께 시비 건다고
또 벌하지 마소서 아멘~
☆★☆★☆★☆★☆★☆★☆★☆★☆★☆★☆★☆★
《53》
별바라기

서순옥

별을 쫓는 야화는
자기별 하나에
밤새도록 목 아픈 줄 모르게
넋을 놓아버립니다

홰치는 닭 날개 잡고
부리를 비틀어
울음 막고 싶을 만큼

해 뜨는 아침보다
풀벌레 울음소리마저
소중한 밤입니다

아침 해 뜨면
바람과 함께
사라질 이슬이여
☆★☆★☆★☆★☆★☆★☆★☆★☆★☆★☆★☆★
《54》
보람

서순옥

(무료 급식소에서 김치 담근 날)

깍두기를 담그고
배추도 절였는데
손에다가 소금을 쳤는지
손목이 저린다.

맛이나 있을까!
정성껏 한다고 했는데

맘에 걸려서 그런지
어깨까지 결린다.

덜 절여진 뻣뻣한 배추에
양념이 골고루 묻지 않아

신경을 곤두세웠더니
허리마저도 뻐근해온다.

손목에는 파스를 붙이고
어깨는 안마와 찜질을 하여도
먹어주는 사람을 생각하면
허리가 부러져도 즐겁다.
☆★☆★☆★☆★☆★☆★☆★☆★☆★☆★☆★☆★
《55》
본연의 자리

서순옥

하고 싶은 것 맘껏 하고
가고 싶은 곳 어디를 가더라도
구애를 안 받는 자유 부인이라는며
아는 사람들의 부러움의 대상이 되었다

한때는 허리 졸라매고
알뜰살뜰 부지런한 개미를 닮마다 하여
개미 부인이라고 하더니만

산더미 같은 일 놔두고는 잠이 오질 않아
잠 안자고 죽일 힘 다해
혼자 뚝딱 해치우고 나면
콩쥐의 두꺼비 한 마리 키우느냐며
두꺼비 부인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지금은 몸과 맘이 펑퍼짐하니
바다로 비유하는 이들이 있는데
이제는 나라의 부인이 되어
국회로 가라며 정부인이 되라고 농담들 한다.

자유롭다하여 헛된 시간 낭비하지 않았으며
개미라 하여 죽도록 일만 한 적은 없다
농담 섞인 어조로 호평과 신뢰를 해주지만
난 그 무엇의 부인도 아닌
한 가정의 가정부인으로 길이 남고 싶을 뿐이다.
☆★☆★☆★☆★☆★☆★☆★☆★☆★☆★☆★☆★
《56》
봄 꽃

서순옥

매화꽃에 매료되어 마음 활짝 열어놓고
배꽃에 은근 슬쩍 눈 맞춤 하였더니
복사꽃은 열을 받아 울그락 붉그락하고
개나리는 질투하여 노랗게 질색하는데
이를 지켜보던 겁먹은 벚꽃은
누구를 말려야 할지 몰라 하다가
창백한 빈혈로 하얀 거품만 물고 있다.
☆★☆★☆★☆★☆★☆★☆★☆★☆★☆★☆★☆★
《57》
비밀 이야기

서순옥

아지랑이 귓속말을
들으셨나요?
쉬!
봄의 속삭임을
함부로 발설하지 마세요.
아직은 말할 때가 아닙니다.

가을이 끝나갈 무렵
겨울 길목에서는
소문을 내어도 괜찮아요.

단풍이 들으면
얼굴 빨개질 일이지만
떨어진 겨울에
바스락 바스락
소문을 퍼뜨려도
새하얀 눈이 덮어주면
잠잠해지거든요

지금은 절대 비밀입니다
☆★☆★☆★☆★☆★☆★☆★☆★☆★☆★☆★☆★
《68》
비워가며 사는 일

서순옥

무겁게 짓누르던 머리가
텅 비었는지
공기보다 가볍게
허공을 떠다니고

늘 터질것만 같았던
가슴까지도 텅 비었는지
넓어진 공간을
자유자적한다.

속세를 떠나 산사에 몸을 묻고
결 고운 머리까지 잘라
잿빛 승복을 걸친
여승의 마음이 이러할까

스스로 만든 번뇌에
봉분 없는 무덤을 만들고
구구절절한 사연을 삭혀
맥없이 주저 않는다.

둔탁한 살결은
수정만큼 맑지는 못하지만
나약한척, 강한척 하는것은
내 삶의 방식은 아니다.
☆★☆★☆★☆★☆★☆★☆★☆★☆★☆★☆★☆★
《59》
사람들은 묻습니다

서순옥

사랑시 한 편에 가슴 녹여 붙이면
사랑하는 사람 있는지 라고

깊이 잠겼던 그리움을 퍼 올리면
그리워하는 사람 있는지 라고

풍경을 오려다 모자이크 하면
산에 다녀왔습니까. 라고도 묻고

개울물 흐르는 소리를 퍼 담으면
좋은 곳에 다녀왔습니까. 라고들 묻습니다.

네,
사랑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그리운 사람도 있습니다.
가끔은 등산도 합니다.
가끔은 개울가에도 다녀옵니다.

네 라고 대답은 하지만
일기는 공개하지 않는답니다.
체험 수기는 더더욱 아니랍니다.

일류급은 아니지만
맛나게 하려는 흉내는 내어본답니다.
주재료인 언어 넣고 먼저 볶다가
감정도 적당히 한 홉 집어넣고
생각은 많이 쏟아 붙습니다.

그러다가 잠시 후,
끼를 털어서 솔솔 뿌리고
만족에 빙빙 돌려가며 담고
미소로 마지막 장식을 한 다음
어느 상위에든 덜컹 올려놓습니다.

궁금하게 또 있습니까?
☆★☆★☆★☆★☆★☆★☆★☆★☆★☆★☆★☆★
《60》
사랑 시

서순옥

열렬하게 읊어놓고
순간 그대가 미워지면
써 놓은 글 중에
사랑시만 보기가 싫어진다

나의 해시계가
멈춰서 버린 건지
멍 뚫린 이 기분에
가슴이 시려 화가 난다

이 밤이 지나가면
어제만큼 그대를
사랑하게 될까 아니면
더 미워하게 될까?

미워하라고 부추기는
악마의 호령이
주의 가득 맴도는데
난 바보가 되고 싶다
☆★☆★☆★☆★☆★☆★☆★☆★☆★☆★☆★☆★
《61》
사랑은 파도를 타고

서순옥

사람과 사람 사이에
맺어진 인연의 고리는
하트 형의 둥근 모양이라
그대 앞에서 떠난다 하여도
등뒤에서 다시 만난다지요.

굴곡 없이 사는 생이 있을까요
공원에서 노니는 비둘기 짝만이
마냥 좋아 보이게 아니랍니다.

한 이랑도 고랑을 파야만
씨앗을 넣을 수 있듯
상대에게 속내를 드러내야
사랑의 씨앗을 넣을 수 있겠지요.

수많은 돌부리에 걸려
불퉁불퉁하던 강물도
굴곡의 반복하며
여울져 흐르잖아요.

그러니 사랑하세요
☆★☆★☆★☆★☆★☆★☆★☆★☆★☆★☆★☆★
《62》
사랑의 가치

서순옥

그대 지난 온 세월에
미련 두지 말아요.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에
열정을 쏟아 부으며
의무감이라는 테두리를 지우고
필요한 존재로 남기로 해요

사랑의 가치를 무게로
재어 보시렵니까?
보이지 않는다하여
무게가 없다고는 할 수 없으나
팔아서 금으로 사지도 못할
사랑을 환산하지 마세요.

거울에 비친
또 하나의 사람이 아닌
당신 밑에 공존하는 그림자로
늘 묵묵함으로 질려하지 않는
그런 존재이고 싶습니다.
☆★☆★☆★☆★☆★☆★☆★☆★☆★☆★☆★☆★
《63》
사랑의 배려

서순옥

가슴이 왜 아프나 했더니
오래전보다 더 오래전에
아니 어쩌면 전생에서부터
서로가 서로에게
감금당했을지도
감금했을지도 모를 사랑에
잠시 저항하고픈 탈출하느라
창살 지져 놓은 줄도 모르고
난 그저 몸이 아파서
피가 흐르나 보다 했지요
가슴의 창살이 답답하셨나보군요
그리하여 도망이라 하셨는지요?
표현을 달리하여
잠깐의 외출이라면 어떨까 해요.
열쇠 드릴게요.
창살 찢는 아픔이 없는
출입이 자유롭도록 해드릴께요
☆★☆★☆★☆★☆★☆★☆★☆★☆★☆★☆★☆★
《64》
사랑의 존재

서순옥

버린 이도 없는데
홀로 버려진 채
사막에 서 있다는 건
바보 같은 짓일까!

잡힐 듯 말 듯한
신기루를 쫓다가
목마름으로 목 조인 채
결국 쓰러져 죽고 마는

그렇게 몸부림치면서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지 못한 걸까
부정하고 싶었던 것일까

긴 한숨을 내쉬며
가슴을 진정해보지만
여전히 감당 못할 모래와
메마른 바람 속에서 헤맬 뿐이다
☆★☆★☆★☆★☆★☆★☆★☆★☆★☆★☆★☆★
《65》
아끼지 말아야 할 말들

서순옥

붙어 있을 땐 왜 그랬는지
붕대 감은 손목 아파할 때
옆에서 지켜 보기만할 뿐
상처 난 손목 살며시 잡고
입김 한번 제대로 불어 주지 못했다

고약한 나의 잠버릇 때문에
아픈 팔목이 몇 번 깔렸는데
매번 그럴 때마다
아프다는 신음 소리 없이
고통을 참느라 숨소리까지 죽이며
뒤척이지도 않았다는 걸 느꼈지만
난 미안하다는 말까지 아꼈다

아직도 다 낳지 않은 팔목으로
출장 가는 뒷모습이 안쓰러워
뒤돌아서 눈시울을 적셨지만
손목 아픈데 조심하라는
따뜻한 말 한마디도 제대로 못했다

오늘은
그동안 미뤄 놓은 앨범을 정리하다
앨범 사이로 삐어져 나오는
빛바랜 웨딩사진 한 장을 보며
신부의 오른쪽에 나란히 선
턱시도 입은 사람에게 말을 던졌다
“사랑해” 라고
☆★☆★☆★☆★☆★☆★☆★☆★☆★☆★☆★☆★
《66》
아름다운 사람들

서순옥

내가 아는 사람들 인덕이
곱고 감사하여
포만감으로 가슴이 불룩하다

거짓의 티를
마음의 채에 걸러서인지
진실한 알맹이만 선물 받기 때문에

크고 작은 정들이 따뜻하여
울컥하는 이 마음을
다 쏟아주고 싶을 만큼이지만

앞서, 거만하지는 않았는지
순간순간 되돌아보게 되고
저 세상까지도 욕심내고픈 사람들
☆★☆★☆★☆★☆★☆★☆★☆★☆★☆★☆★☆★
《67》
아침의 시

서순옥

눈곱도 안 떼고
기지개만 펴고 일어난 아침

물이 아닌
아름다운 시로 세안을 했습니다.

아름다운 꽃이 둥둥 떠다니는
그대 시상에 풍덩 뛰어 들어
꽃목욕까지 했습니다.

아침 이슬이 부럽지 않습니다.

한 끼의 아침밥은 굶을 지라도
시를 먹지 않으면 허기가 집니다.

쌀 대신 시를 밥솥에 안치고
시 한 뚝배기 보글보글 끓여냅니다

매일 小食 하다가
오늘 아침에는 포식했습니다.

임금의 수라상이 부럽지 않습니다.
☆★☆★☆★☆★☆★☆★☆★☆★☆★☆★☆★☆★
《68》
알고픈 당신 마음

서순옥

여보!

이다음 다시 태어나시거든
제 옆에 나란히 설
나무가 되어 주실래요?

당신 먼저 저 세상 가시면
저승 길목에서
기다려 주실래요?

팔열지옥에 떨어져 죄 값 받는다면
당신 지옥문전에서
천년이 지나도 기다려 주실 수 있나요?

당신 마음 한가지만이라도 허락하신다면
평생 동안 당신 발바닥 밑에 밟혀
붙어 다니는 신발이 되어 드리겠어요
☆★☆★☆★☆★☆★☆★☆★☆★☆★☆★☆★☆★
《69》
애란 애초

서순옥

날개 접은 봄꽃은
빗방울로 눈물져 내리고
거리는 하루 종일 구슬프다

겨울 내내 차가운 베란다에서
주인을 원망하지 않았는지
떨었던 기억마저 지우고
군자란답게
고운 황제의 꽃으로 피워주었다

피워준 것이 고마워
아침저녁 눈 맞춤하고
콧바람으로 입김으로
말 없는 고마움을 표시했는데
하루 종일 비가 온 탓일까
밤 12시가 넘은 지금
참으로 우울하게 보인다.

군자란이란 이름 때문인지
앓는 소리도 죽여가며
꽃 봉우리만 하나 둘씩
조용히 바닥으로 떨어뜨리는
나의 애란은 지금 진통을 겪고 있다

꽃 필 때만 마음 주는
주인의 무심함에
원망도 했으련만
해마다 충견 못잖은
희열의 복종을 보여주고는
스스로 목을 베어 자결을 하고 있다
☆★☆★☆★☆★☆★☆★☆★☆★☆★☆★☆★☆★
《70》
어떤 공간

서순옥

화장실에 앉으면
근심을 덜기도 전에
시집부터 잡는 습관은 여전하다

인공 향수를 뿌리지 않아도
예쁜 시집에서
향수가 가득히 뿜어져 나온다

사랑시를 읽을 때는
사랑의 기운이 감돌아
내가 뭘 하고 있는지도
잊어버릴 때도 있다

시집을 선물해준 사람에게는
좀 미안하지만
밖에서 급하다고 두드릴 때까지
소파에 앉은 듯 착각한다.
☆★☆★☆★☆★☆★☆★☆★☆★☆★☆★☆★☆★
《71》
여자의 죄

서순옥

당신께 지은 죄가 많아
죄명을 낫낫이 실토하여
공개합니다.

그대 심연에
큰 돌을 던져
파장의 반란을 일으킨 죄

맞잡은 고무줄을 퉁기고
퉁긴 자리 또 퉁기며
고약한 심술을 부린 죄

소주 몇 잔에 눈물을 보이며
닦달까지 하며
자존심을 못 지키고 망가진 죄

서로의 존재성에 대한
투정을 부리고
고집을 부리며 착각한 죄

괘씸죄로 엄벌 형을 내려도
산발까지 하고
속고 대죄는 못하겠나이다.

여자만이 저지럴 수 있는
아름다운 죄이기에…….
☆★☆★☆★☆★☆★☆★☆★☆★☆★☆★☆★☆★
《72》
오가는 정

서순옥

무인도를 오고 갈
작은 쪽배 한척이면 족하나
사공이 위태로워 안 되겠소

천금을 들여 놓은
아방궁으로 통하는
구름다리도 나는 싫소.

빈 가슴에서 빈 마음으로
오갈 수 있는
초가삼간이면 더욱 좋겠으나

바람이 실어다 주는
호리병의 출렁임 정도여도
나는, 나는 만족하려오.
☆★☆★☆★☆★☆★☆★☆★☆★☆★☆★☆★☆★
《73》
오해

서순옥

약간의 상상 정도는
하셔도 무방하나
단정 짖지는 마세요.

진실은 언젠가 풀어지나
단정이라는 단어는
실망과 미움에 풀칠하는 격,

굳이 맞다 아니다 라고
해명할 이유가 없어
그저 침묵하는 거랍니다.

오해는 늪일 수도 있어
빠져보면 돌이킬 수 없는
악마의 단어랍니다
☆★☆★☆★☆★☆★☆★☆★☆★☆★☆★☆★☆★
《74》
오해

서순옥

약간의 상상 정도는
하셔도 무방하나
단정 짖지는 마세요.

진실은 언젠가 풀어지나
단정이라는 단어는
실망과 미움에 풀칠하는 격,

굳이 맞다 아니다 라고
해명할 이유가 없어
그저 침묵하는 거랍니다.

오해는 늪일 수도 있어
빠져보면 돌이킬 수 없는
악마의 단어랍니다
☆★☆★☆★☆★☆★☆★☆★☆★☆★☆★☆★☆★
《75》
요즘 나는

서순옥

복식 호흡을 하듯
저 밑에 가라앉은
묵직한 앙금을
끌어올리지 못한다.

그냥 빗질하여
낙엽을 쓸어모은
신중성이 없는
낙서 같은 내 글이
신물 나려고 한다.

마음 한구석에
뭐가 있는듯하나
형체를 알 수 없는 답답함
나 자신도 뭔지 모른체
사는것이 더 속상하다

어떤 고독 속으로
나를 밀어 넣고
깊이 빠져들고 싶지만
그런 방법마저도 모른다.

만족을 느끼지 못한채
허공만 헤엄치는
꿈속의 나날이 허탈할 뿐이다

끝없는 터널 안으로
혼자 질주하며
쾌감을 즐기는 방법을
터득하고 싶을 뿐이다.
☆★☆★☆★☆★☆★☆★☆★☆★☆★☆★☆★☆★
《76》
원망하느니 기도하리라

서순옥

채우려면 허기만 더해오고
열두 번도 더 교차하는 기로에서
터지려든 가슴을 달래려다 그만
눈동자부터 터지고 말았다

심장 타는 가슴을 해갈하러
술 몇 잔으로 해결하려 했던
단순하고 옹졸한 생각이
구덩이로 빨려만 들어 갔는데

인간사 잔정에 얽매이지 않아 좋은
버티기만 하는 나무가 부럽기만 하고
맘대로 안 되는 현실 앞에
망부석까지 억지 소원해본다

내몸을 괴롭혀 피곤한 잠을 청하고
명곡 명상으로 길을 뚫어보지만
마음 다잡으려 화초 잎을 닦아도
가슴은 여전히 그대로다

누가 나를 위해
목탁 쳐 주고 종 울려 주겠냐만
가슴 터지도록 원망하는 것보다
기도하는 게 더 쉬운 것 같아
지금 두 눈을 감고 있는 중이다
☆★☆★☆★☆★☆★☆★☆★☆★☆★☆★☆★☆★
《77》
유혹의 본질

서순옥

붉은 장미의 달큼한 향이
자꾸만 코를 유혹한다.

처음 맞는 향은
머리에서 발끝까지
장미로 물이 든다.

두 번째 맞는 향은
마음마저 취하게 하는
마약과도 같다.

세 번째도 향 맡아보다가
성이 안 차서
아예 코에다가 계속 대고
오래 오래 맡았더니
장미꽃에서 구린내가 난다
☆★☆★☆★☆★☆★☆★☆★☆★☆★☆★☆★☆★
《78》
은행나무

서순옥

천 번을 찍혀
밑둥치가 잘려도
넘어가면 안 된다

황폐한 땅에
뿌리 내렸을지라도
천년을 늙어야 한다고

무의식중에도
억만 번째
다짐하고 또 하고

마음을 의지하다
혼자가 되면
홀로서기 하겠지만

한 나무가 요동하면
마주보는 나무는
죽어 갈지도 모른다
☆★☆★☆★☆★☆★☆★☆★☆★☆★☆★☆★☆★
《79》
은행나무

서순옥

천 번을 찍혀
밑둥치가 잘려도
넘어가면 안 된다

황폐한 땅에
뿌리 내렸을지라도
천년을 늙어야 한다고

무의식중에도
억만 번째
다짐하고 또 하고

마음을 의지하다
혼자가 되면
홀로서기 하겠지만

한 나무가 요동하면
마주보는 나무는
죽어 갈지도 모른다
☆★☆★☆★☆★☆★☆★☆★☆★☆★☆★☆★☆★
《80》
이슬

서순옥

캄캄한 밤 몰래
꽃잎에 앉아 또르르 구르다가
풀잎으로 주르르 미끄러지고
산들바람에도 놀라
해뜨기 전에 숨어버리는
언제나 수줍음이어라

사랑하는 이를 두고 먼저간
한 많은 여인의 눈물이라
말하는 어떤 이도 있고
그리움을 안고 지상을 잠시 다녀가는
짧은 만남과 이별의 눈물이라
누구는 이렇게도 말한다네

머무름도 잠깐이어라
수탉의 고자질에
하늘 부르심을 거역 못해
다시 천상으로 불려가는
다녀간 흔적도 남기지 않는
하루살이보다 짧은 슬픔이어라
☆★☆★☆★☆★☆★☆★☆★☆★☆★☆★☆★☆★
《81》
일기예보

서순옥

어제는 흐림
오늘은 맑음
내일은 알 수 없음
도무지 감을 잡지 못하는
사랑 기상 관측대
그렇겠지요.

당연히 그렇겠지요.
나도나를 모르는데
당신인들 아실까요.

기압은 수시변동 하나
속에 간직된 마음 하나만은
절대 변함이 없답니다.

때로는 천둥이고
소나기보다 더한
기상 이변의 해일일지라도
내 마음 언제나 바윗돌이랍니다.
☆★☆★☆★☆★☆★☆★☆★☆★☆★☆★☆★☆★
《82》
장미꽃이 피었습니다

서순옥

한해에 열두 번은
장미꽃을 피운다

몰래 피우지만
훔쳐보는 이가 있다면
고양이 발톱 같은
독가시를 세울것이다.

평생에 딱 한번
처음으로 들킨 적 있는데
참으로 신기하게
가시가 부드럽게 온순했다

날카로운 발톱을 감추고
그의 코끝에 다가가다
입김에 녹아내리고
눈빛에 사라져버린 것이다

내 자존심도 만만찮은데
무서울 만큼 강한
그의 애독만큼은
해독하지 못했다

이제 곧 봄 오면
무쇠도 녹이는
그의 왕성한 열정과
오월의 담장이 걱정된다.
☆★☆★☆★☆★☆★☆★☆★☆★☆★☆★☆★☆★
《83》
전생의 별

서순옥

사람들은 어느 별에서 왔을까요
어느 누구도 알지 못할 겁니다.

당신은 어느 별에서 왔나요
물론 아실 리 없겠지만

내별에서 떨어져 나간
분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당신과 한 몸이라는 걸
증명해주지 않습니까?
☆★☆★☆★☆★☆★☆★☆★☆★☆★☆★☆★☆★
《84》
정지된 시간 속으로

서순옥

가을비 맞은 낙엽이
바닥에 달라붙어
어지간한 바람에도
움직이지 않는다.

뒹굴던 고독이
힘겨웠나 보다.

여름 내내 전화하며
나와라, 밥 사라
귀찮게 하던 친구도
통 연락이 없고
휴대폰마저 꺼져있다.

그 친구도 지금
힘겨워 하는 걸까?
☆★☆★☆★☆★☆★☆★☆★☆★☆★☆★☆★☆★
《85》
종이배

서순옥

순서를 잊어 이리저리 접은
꾸깃꾸깃한 작은 종이배를
저녁 강가를 산책하며
물살 잔잔한 강에 띄워 보냈다.

강을 거슬러 돌아오지 않기에
띄워 보낸 아쉬움과 허전함을
작은 점이 되어 사라질 때까지
눈빛으로 배웅했다.

반 근도 못 되는 자존심을
노 없는 나룻배에 싣고
희망을 젓지도 못한 채
세월의 물살에 등 떼밀려왔지만,

오늘밤은 나를 태우지 않은
손바닥만 한 작은 종이배에
하나님만 아시는
태산을 실어 흘러 보내고 돌아왔다.
☆★☆★☆★☆★☆★☆★☆★☆★☆★☆★☆★☆★
《86》
지푸라기

서순옥

화려한 빛이 눈부셔
보는 눈들을 실명케 하거나
진한 향이 천리를 날아
코들을 즐겁게 한다거나
자태 또한 고고하여
날던 학들이 우르르 본다거나
그렇게 그렇지는 못하지만
나는 나를 사랑한다.

희귀하고 비싼 약제로도 못 될
한줌에 불과한 마른 건초더미로
세상이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면
시궁창도 마다 않고 들어가고픈 난
실크를 걸치거든 방귀도 끼지 말라고
당부하던 남편보다도
우리엄마 똥 뱃살이 제일 귀엽다며
밤낮을 문질러 비벼 데든 아이들보다 더
난 내 자신을 무척이나 사랑한다.

뉘 집 대문에 부정을 막는 금줄로
고사목 끌어않고 수호신의 중매쟁이로
욕심의 단까지 묶어줄 새끼줄로
그리고 남은 건 가축들의 허기를 채우고
배설물로까지 자연으로 되돌려주는
쓰임새 많아 한 가닥도 버려질 일 없는
값으로 매기면 계산이 안나오지만
그런 지푸라기가 되기 위해
난 나부터 무조건 사랑하고 본다.

한때는 벼의 대궁으로 꽃도 피었다며
향 없고 화려하지 못함에 위로 차
또 다른 별명으로 벼꽃이라 불러주지만
그 흔한 들꽃의 향내한번 못 뿜어내고
막자라는 들풀보다 아름답지 못하지만
쓰임새 많은 지푸라기 찾는 이가 있어
내가 나를 더욱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
《87》
추억을 줍는 여자

서순옥

먼 훗날 낙원 국에 갈 때는
뒤돌아보지 말라고 그랬지만
작은 추억의 한 알도 안 놓치려
낱낱이 끌어 모으려 애씁니다.

잃어버리지는 않았는지
잊어버리지는 않았는지
기억 안 나는 머리를 원망해가며
자꾸 뒤돌아보게 됩니다.

추억을 삼켜 가슴 채우고
이내 그리움으로 토해내지만
새로 한발 내디딜 때마다
지나온 백 보를 잊지 못합니다.

내 육신이 다하는 그날에는
흙 대신 추억 속에 묻히고파
추억의 티끌 한점도 안 놓치려
순간순간 또 뒤돌아보게 됩니다.
☆★☆★☆★☆★☆★☆★☆★☆★☆★☆★☆★☆★
《88》
친구 같은 당신

서순옥

살다보면 어떤 날은
당신보다 내가 더
힘들어 질 때도 있을 텐데
그때는 가만 지켜만 보지만 말고
친구가 되어 주시면해요

가슴이 찌들고
얼굴에 그림자 드리워지거든
“여보"라는 호칭이 아닌
“옥가”라는 이름으로 다가와
위로주 한 잔 부딪혀 주시면 해요

당신 가슴에
수많은 아픔을 묻고 살아가듯
내 가슴에 한 컨에도
멍울이지는 날 오거든
서로의 아픈 상처만
어루만져주는 친구가 되기로해요
☆★☆★☆★☆★☆★☆★☆★☆★☆★☆★☆★☆★
《89》
파도

서순옥

이글거리는 모래사장에
사지를 태우다가 더위 먹고
늘어진 모습이 측은해 보였는지
쪽빛의 유혹을 보내온다.(일광욕)

초대에 응하여 다가간 발끝에
하얀 출렁임으로 마중 나오고
바짓가랑이 훌러덩 걷어 올려
미끄러지듯 천천히 빨려 들어간다.
(퐁당)

연이어 밀려왔다가 쓸려가며
사타구니를 애무하더니
와락 덮쳐 겁탈하는 짜릿한 도가니
흠뻑 빠지다 못해 익사 할 지경.
(휴! 간신히...)

살결에 부대끼는 부드러운 감촉은
태내의 양수 같은 느낌으로 다가오고
어머니의 뱃속에서 태동을 하듯
자연스러운 본능으로 몸짓한다.
(개구리헤엄)

태양은 파도와 나 사이를 중매 서더니
기진맥진하여 빠져나온지
30분도 채 안됐는데
또 그 곳으로 등 떼민다.
(또 퐁당)
☆★☆★☆★☆★☆★☆★☆★☆★☆★☆★☆★☆★
《90》
하늘나라 전상서

서순옥

문지방을 넘지 아니한 육성肉聲과
대문을 밀지 못했던 화목和睦은
생전에 한 폭의 그림 같아서
기러기는 분명 부러워했으리라

사모하던 연정으로 합체合體하시어
극락왕생 하셨을 두 분의 사랑께서는
어느 하늘에서 집을 짓고 계시나이까.

행하신 보시普施를 부처님도 아신다면
연꽃 방석 두 자리 내어 주셨을 터인데
지금은 어느 하늘에 별이 되셨나이까.

우표 없는 편지를 찬바람에 실어
수취인 번지 없이 띄워 보내오니
입고 가신 흰옷으로 사뿐히 다녀가소서.
☆★☆★☆★☆★☆★☆★☆★☆★☆★☆★☆★☆★
《91》
함께 걷는 생

서순옥

숫하게 엮어놓은
인생살이 흔적들을
때때 묻은 수첩에서
몰래 훑어보았답니다.

그대 삶이 버거워질 때
잠시 어깨를 내드리고픈 데
내 중심 그대 안에 있어
그마저도 미안해져 갑니다.

눈물보이는 날에는
손수건도 건네주려다
땀내 나는 손수건이라
도로 집어넣고 말았지요.

이제 혼자 가슴앓이하며
주름진 이랑을 갈지 마세요.
당신 곁에는 언제나
내가 있잖아요.
알았죠?
☆★☆★☆★☆★☆★☆★☆★☆★☆★☆★☆★☆★
《92》
해를 넘기는 소감

서순옥

비단구렁이가
벗어 놓고 간
허물을 바라보듯

텅 빈 객석을
혼자 지키고 있는 듯한
이 허전함

지금도 저 우주밖에
떨어져 나간
내 영혼의 행성이려니

마음 한 귀퉁이에
걸려 넘어진
상처투성이로……
☆★☆★☆★☆★☆★☆★☆★☆★☆★☆★☆★☆★
《93》
햇살 고운 창가에서

서순옥

봄 햇살 포근한 창가에
작은 아이와 나란히 누워
소곤소곤 이야기 속으로
예쁘게 꾸민 작은 성 하나 만들고
아이의 귀속으로 마법을 걸어
동화나라 왕자님을 시켜주었다

아이는 엄마 살은 문지르다 말고
엄마 배에 귀를 기우려 보더니
공주! 커피 많이 마시지마
뱃속에서 커피 끓는 소리가 난단 말이야 라고
한마디 던지며 엄마를 공주 시켜주었다

커피나 피나 시커멓고
혼탁해진 내피를
아이는 용케도 알아차리다니
순간 가슴이 뜨끔해진다

봄 햇살은 작은 아이의
눈꺼풀을 무겁게 내리고
하품 서너 번 하던 아이는
벌러덩 모로 눕고 작은 팔 벌리더니
공주가 된 엄마더러
팔베개에 누워라고 한다.

누르면 꺼질세라 부르질 세라
만지기조차 아까운
아이 팔에 살며시 누웠다가
배속에 귀를 대고 기울려보니
잠든 작은 아이의 배속에서는
맑은 개울물 흐르는 소리가 난다
☆★☆★☆★☆★☆★☆★☆★☆★☆★☆★☆★☆★
《94》
향수

서순옥

굵직한 손가락의 힘을 자랑하는
세고비아의 정통클래식이
흐르는 차 안에
몸을 깊숙이 묻고
생동감이 넘치는
푸른 6월의 들판으로
눈길을 던지고 보니
논 한가운데는
아버지가 허리를 굽히시고
새참이고 가는 어머니 뒤를
졸졸 따르는 누렁이와
주전자들은 단발머리에
짧은 치마 입은 내가 있었다.

가는 들판마다
고향의 냄새와 미소가
몽글몽글 피어오르고
달려가고 싶은 마음이 서려
눈물이 왈칵 쏟아지려 한다.

내 눈물 들키기 전에
장기들판으로
핸들 돌리라고 해야겠다.
☆★☆★☆★☆★☆★☆★☆★☆★☆★☆★☆★☆★
《95》
확인

서순옥

엄살인 줄 모르겠으나
바쁜 줄 알면서
전화 하지 않는다고
신경질 부려서 미안해요

말을 꼭 해야만
그런 줄 아느냐 시며
마음인 줄 알면
되는 거라고 하셨지만

글쎄요,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여자의 마음은
원래부터 구멍이 뚫렸던가 봐요

대문 밖으로 나간 애견도
짖지 않고 잠잠하면
주인이 한번쯤은
불러 본데잖아요
☆★☆★☆★☆★☆★☆★☆★☆★☆★☆★☆★☆★
《96》
겨울 해

서순옥

봄의 해는 참 포근했었지.
여름 해는 참 뜨거웠었어.
가을해도 따스했었지.

자식을 안고 내려다보듯
어머니의 품안에 안긴 듯
위에서 내려다보는 해는
참 따스했는데

지금은 저만큼 기울어져
멀리서 째려보는 듯한
그 눈빛이 너무 차갑니다.
☆★☆★☆★☆★☆★☆★☆★☆★☆★☆★☆★☆★
《97》
그대 별 찾기

서순옥

비가 오지 않은 밤에는
벤취에 나가 앉아
그대의 별을 찾는다.

저 별은 나의 별
저 별은 나의 별
저기 저 별도 나의 별
저기 저 별도 나의 별
아니 저기도 …….

이런!
순전히 내별밖에 없잖아
나 울어버리기 전에
숨은 별 모두 나와라!
☆★☆★☆★☆★☆★☆★☆★☆★☆★☆★☆★☆★
《98》
그대보다 내가 더

서순옥

마음 하나 사려면
마음 열두 개를 팔아야
살 수 있는 매매교환

금전으로는
마음 한 쪼가리도
살 수 없음을 잘 압니다.

이제껏 받은 사랑보다
더 많이 사랑하고 싶어서
오늘도 가진 애교를 부려봅니다

토끼나 여우같지 못해
곰 같은 애교일지나
그냥 묵묵하게 봐 주시면 해요
☆★☆★☆★☆★☆★☆★☆★☆★☆★☆★☆★☆★
《99》
행복한 아침

서순옥

신선한 공기를 가르며
우리 집 창문엔
매일 행복이 배달 옵니다.

금방 낳은 핏기 그대로
따끈한 온기가 가시지 않은
강보 속에 쌓인 애지중지

"식기 전에 드세요" 라는
설레임을 움켜잡고
강보를 살며시 펼쳐보는 순간

흡혈귀의 본성을 들어내고
피를 빨라 삼키고는
내 몸속 피에 희석합니다.

천사가 내게 벌을 준다면
목숨은 내놓겠으나
만약 갈라놓는다면
시해 할 용기도 있습니다

신이시여!
내 업이 하늘에 닫을지라도
눈 딱 내려 감으시고
모른 체 해주소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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